5년간 잇단 충격에도 버팀목… 美증시급락은 내부문제 비롯
국내외 증시가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사고와 사건으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월드컴의 분식회계 파문이 확산되며 증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을 통해 증시의 주요변수와 이슈를 점검하는 '클릭! 핫이슈'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투자자들의 증시상황 판단과 투자전략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미국 증시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의 하락이 너무 충격적이어서인지 2년 전만 해도 '경기 둔화가 있다, 없다'로 다툼을 벌이던 월가는 이제는 10년 이내에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2년 전 IT(정보기술)혁명이 지속되던 당시 '미국 경제는 신경제로 완전 탈바꿈했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순환은 없다'는 자신감이 차 있었다. 당시 이런 논리가 지나친 낙관론이었다면 지금의 상황도 정상은 아니다. 너무 지나친 비관에 빠져있는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미국 하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다른 나라로 전염되고 있다. 최근 우리 주가를 보면 나스닥이 하락한 처음 며칠간은 별 영향을 받지 않다가 최근에는 종합주가지수도 예외 없이 폭락하는 과정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26일 종합주가지수 54포인트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2.5%에 달하는 나스닥지수 하락이었고, 7월 10일 종합주가지수 30포인트 하락 역시 미 증시 하락이 원인이었다.
당분간 미국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겠지만 추가적으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나스닥지수 1,400포인트대가 갖고 있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하락을 이끌고 있는 실적 악화와 회계 부정 같은 문제들이 지속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주가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나스닥지수 1,400포인트의 의미를 먼저 일본 닛케이지수와 비교해 보자. 일본 주식시장은 지난 89년 1월3일 3만8,915엔으로 고점을 만들었다.
이후 주가가 12년 반 동안 하락했는데 최저치는 지난 1월 9,420엔으로 고점대비 하락률은 75.7%였다. 12년 동안 일본 경제는 세계 일등 경제에서 물러났고 5%대에 있던 성장률이 평균 1%로 낮아졌다.
국가 재정도 대단히 취약해졌는데 경기 후퇴를 막기 위해 국채를 과다하게 발행해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었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 5,048포인트로 고점을 만든 이후 지난 주 1,35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2년 동안 나스닥지수 하락률은 73.2%로 일본의 12년간 하락률에 필적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보다 미국 주가가 더 빠르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은 지난 98년~99년 IT버블이 발생해 이를 해소되는 과정이 나타나면서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본도 지난 89년 이전에 버블 경기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가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나스닥 주가수익비율(PER)은 70배 수준으로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일본 역시 주가가 계속 하락하던 91년에 PER이 100배를 넘었고 이익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 같은 비교를 통해 현재 미국 주가는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국면을 가정해 움직이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미국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해 기업실적이 다소 회복되는 기미만 보여도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년 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나스닥지수 1,400포인트 선은 어지간한 충격에도 좀처럼 깨지지 않는 지지선이었다.
97년 이후 나스닥지수는 네 번이나 1,400포인트대에서 하락을 멈췄다. 첫 번째는 97년 10월로 아시아 외환위기가 전세계 주식시장을 강타했지만 나스닥지수는 1,490포인트에서 저점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98년 8월로 롱텀캐피탈(LTCM) 파산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1,400선을 밑돌지 않았다. 세 번째는 지난해 9ㆍ11테러 이후인데 주가가 단기에 급락해 1,300선까지 떨어졌지만 빠르게 회복됐고 이후 네달 동안 60%가 올라가는 반등이 나타났다.
이번 나스닥지수 하락은 외부 충격보다는 미국 내 문제로 인해 발생했다. 경제지표 회복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익은 5분기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과 엔론에서 시작된 회계 부정을 대표 요인으로 꼽고 있는데 이런 점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개선될 것이다.
미국의 기업실적은 2ㆍ4분기 1% 정도의 감소에서 3ㆍ4분기에 10%이내의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회계 부정도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그 위력을 잃을 것이다.
미국 주가 하락이 멈추면 우리 시장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미 하락 과정에서도 우리 주가는 미국 주식시장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와 미국 주가가 안정될 경우 상승 탄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 기업들은 2ㆍ4분기에도 사상 최대치에 근접하는 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경제성장률 전망도 6% 대까지 높아질 정도로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시장이 안정되고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에서의 공방을 마무리하고 추가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종우 미래에셋투신운용 투자전략센터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