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중세는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대였는데, 현세의 물질적 삶보다 내세의 영생이 강조됐기에 상업이나 금융업이 활발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ㆍ경영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세인들의 정신적 삶을 지탱했던 '수도원'이 일종의 기업 역할을 수행했다. 물론 영리추구보다는 '하느님을 위한 기업'이라는 정체성이 있었지만 노동력을 조직적으로 이용해 구두, 모직물, 포도주 등을 만들었으며 시중보다 저렴하게 시장에 내다팔아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후 전개된 십자군전쟁은 전쟁의 길목에 있던 베네치아ㆍ제노아ㆍ피렌체 등의 상업도시가 군수물자 조달과 군대의 이동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데 기여했다. 결국 종교적 전쟁이 상업 발달을 부추긴 셈이다. 그렇게 발달한 피렌체에서는 은행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유명한 메디치 가문의 '메디치은행'은 전당포로 모은 자본력으로 원거리 무역상이나 프랑스ㆍ영국 국왕, 교황에게까지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자본의 역할을 했다. 당시 잦은 전쟁으로 돈을 떼이는 일이 잦았기에 이자는 연 40~6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이 때 생겨난 은행(bank)의 어원은 벤치(의자)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banco'에서 유래했는데 은행의 파산으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객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의자를 부숴버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처럼 책은 경영학의 기본적인 배경들을 이야기처럼 담아내고 있다. 피터 드러커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경영학의 주요 개념들을 쉽게 풀어 썼다.
'경영학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로 시작하는 책은 경영학 역사의 주요 개념들을 중심으로 고대ㆍ중세ㆍ르네상스 시대의 경영활동을 비롯해 신대륙 개척과 함께 촉발된 투기 광풍의 역사, 애덤 스미스와 '보이지 않는 손',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전환하게 한 산업혁명 등을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이어 책의 후반부는 경영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카네기, 밴더빌트, 록펠러, 로스차일드, J.P모건, 프레더릭 테일러, 앙리 페이욜 등의 경영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850년대 골드러시를 좇아온 광부들을 위해 질긴 바지를 만들고자 데님을 개발한 리바이스의 창업정신은 서부 카우보이, 히피의 자유로운 문화의 상징으로서 세계적인 유행을 선도했다. 또한 맥도널드 체인점의 경우 고객이 바라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끝없이 탐구하고 자원의 생산성을 향상시킨 노력의 결과물이며, 월트 디즈니는 상상력과 꿈을,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팔았다는 점 등은 결국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쉽게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식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현재 논의 중인 경영이슈까지 짚어주고 있어 유익하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