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멀티공세' 책임은 누가 지나

“여야를 떠나 4대 권력형 비리에 대해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 지난 2월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윤상림 게이트, 황우석 교수 사태,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 외환은행 매각 사건 등 현안에 대해서다. 3월께 국정조사 대상 하나가 추가됐다. ‘이해찬 국무총리 골프 게이트’ 관련 건이다. 한나라당은 4월에도 김대중 정부의 한ㆍ일어업협정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국정조사를 거론했다. 이 원내대표 주도로 진상조사단도 수없이 구성됐다. 이해찬 골프 게이트 진상조사단(3월)을 비롯,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연루설을 제기했던 김재록 진상조사단(4월), 이명박 서울시장의 테니스 파문 대응 성격을 지닌 공작정치 진상조사단(4월) 등 정치적 조사단이 난무했다. 5월 박근혜 대표 테러 진상조사단이 구성돼 ‘배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들 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없다. 뚜렷한 의혹 확인도 없다. 6~7개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비현실적인 구상이었다. 더구나 5월 지방선거를 앞둔 3~5월 문제 제기가 집중됐다는 점도 개운하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내가 직접 나서면 어느 정도 수위일지 알죠”라며 ‘공세 전문가’임을 강조하고는 했다. 하지만 한 주요당직자는 “이 원내대표는 회의 때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현재 확보한 의혹을 모두 제기하라’고 주문한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다른 의원은 “결국 흐지부지된 조사단이 너무 많아서 누가 어디에서 일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런 방식은 “일을 벌여 여당을 공격한 다음 결과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때쯤 사라져서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는 혹평을 불러온다. 공교롭게도 이 원내대표는 이달을 끝으로 자진 사임하고 당 대표 경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수많은 국정조사와 진상조사, 그로 인해 야기됐던 수많은 정치 공방은 누가 책임지나. 이 원내대표는 해명해야 한다. “당 대표가 돼 원내대표 시절의 ‘멀티 공세’를 계승하겠다”고 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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