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로에 선 ‘주5일제’

“새 정부는 주5일제를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시간을 마냥 늦출 수도 없어 일정시간 타협을 해서 안되면 뭔가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다.” 지난 13일 노무현 당선자가 양대 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5일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작업이 서서히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문제는 노ㆍ사의 반발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13일 노 당선자에게 “양대 노총이 참여한 가운데 주5일제 도입안을 다시 검토하자”고 제안했지만 명확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노동계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개악안`으로 규정하고 만일 국회에서 기존의 정부안대로 논의에 들어가면 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재계도 짧은 기간내에 중소기업까지 주5일제를 도입하면 경제에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국회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오는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일단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이번 임시국회내에 주5일제 법안이 처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월차를 이용한 `기형적인` 주5일제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임단협을 통한 주5일제가 산업현장에서 확산될 경우 휴일ㆍ휴가제도의 개선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더 큰 문제는 정부입법 지연이 3월부터 시작되는 임단협에서 노ㆍ사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의 경우 산하 단위노조 대표자의 74.1%가 올 임금협상과 주5일제의 연계 투쟁을 선언해 놓은 상태다. 비정규직 보호와 산별교섭 등 제도개선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단협마저 꼬인다면 노ㆍ사관계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년여의 논의를 통해서도 합의를 보지 못한 주5일제 입법안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협상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노ㆍ사는 조그마한 이해관계에 얽매여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ㆍ휴가제 개선의 호기를 놓쳐서는 안된다. 국회도 더 이상 여론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적극 입법에 나서야 한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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