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죽거든 가는 길 목판 하나 태워달라 하셨죠"

팔만대장경 지킴이 해인사 성안 스님 빗길 교통사고로 입적

대장경보존회 만들어 관리 힘써

문화축전 통해 국내외 홍보도

'팔만대장경 지킴이'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자 국보(32호)인 팔만대장경을 최일선에서 지키던 해인사 성안 스님이 지난 27일 오후 88고속도로에서 빗길 교통사고로 입적했다. 세수 47세, 법랍 20세.

성안 스님은 이날 오후7시20분께 침목 모임 관계자들과 승용차를 타고 거창 방면으로 가던 중 경남 거창군 남하면 88고속도로 광주기점 126㎞ 지점에서 빗길에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90도가량 회전한 상태에서 뒤따르던 덤프트럭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충돌해 김헌범(49) 창원지법 거창지원장과 함께 숨졌다. 운전자 김모(50·치과의사)씨는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196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성안 스님은 1993년 해인사에서 원명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행자 시절 장경판전(팔만대장경 보관장소)을 지키던 관후 스님의 방을 청소하면서 대장경과 첫 인연을 맺었다.

성안 스님은 2010년 해인사 팔만대장경 보존국장을 맡으면서 대장경 보존·관리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에서 오전9시부터 밤늦게까지 연구에 골몰하기 일쑤였다.


성안 스님은 2011년과 2013년 해인사에서 열린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통해 대장경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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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언론 인터뷰 등에서 "팔만대장경을 지금까지 잘 보존해온 것도 기적에 가깝지만 1,000년 뒤 후손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존 중요성을 수차례 역설했다.

대장경판 보존 예산이 부족한 것을 안타까워한 스님은 4,000명의 회원이 월 5,000원의 회비를 내는 '대장경보존회'를 만들기도 했다.

'능동적으로 자기계발을 계속해서 전문가가 돼야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며 최근 동아대 대학원에서 대장경 관련 박사과정을 밟는 등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스님이 나중에 내가 죽으면 목판을 하나 사서 같이 태워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대장경 보존과 연구를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은 스님이 타계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성안 스님 영결식과 다비식은 오는 5월1일 해인사 연화대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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