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호사 시험, 실무역량 평가 방식으로 전환을

■ 손용근 변협 로스쿨평가위원장

커리큘럼 선택폭 넓혀주고 학점 목메는 교육 풍토 바꿔야

비싼 학비 사회적 논의 통해 보완책 마련하는 것도 중요


"변호사 시험의 성격을 실무역량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법학교육도 바뀌게 되고, 실무역량을 인정받는 인재를 시험을 통해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대한변호사협회 로스쿨평가위원장으로 위촉된 손용근(62·사진·사법연수원 7기)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현실과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면서 로스쿨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로스쿨평가위원회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인증평가를 담당하는 곳이다. 위원장은 로스쿨의 교육·조직·운영·시설에 대해 평가하는 동시에 적정한 평가를 위한 기법을 개발하고 평가기준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손 위원장은 먼저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로스쿨은 한해 수 천만원에 이르는 학비로 인해 '돈스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다양한 직역의 변호사를 배출하겠다는 의도와 달리 변호사시험 준비를 위한 학교로 전락했다는 지적과 로스쿨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손 위원장은 "변호사시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이 학점에 유리한 과목만을 수강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최근 대다수의 로스쿨이 대동소이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해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가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위원회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평가기관이므로 로스쿨의 변화를 직접 이끌어 낼 수는 없다. 그러나 손 위원장은 이번 위원장 임기 동안 단순히 로스쿨을 평가하는 역할이 아닌 로스쿨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손 위원장은 다양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현재 로스쿨의 커리큘럼이 대동소이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관심을 두고 개선안을 찾고 있다.

그는 "로스쿨이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해뒀더라도 학생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한편으로 로스쿨은 법률시장의 직업전문학교로 볼 수도 있다"며 로스쿨의 한계를 인정했다. 하지만 로스쿨의 설립취지를 살리기 위해 필수과목을 35학점으로 제한하는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변호사를 길러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손 위원장은 변호사 시험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시험을 실무역량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바꾸면 로스쿨의 교육방식도 바뀌고,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손 위원장은 변호사들의 서울 쏠림현상 완화도 당면과제로 꼽았다.

로스쿨을 권역별로 배분해 지역에 변호사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와 달리 서울서 개업하는 변호사가 늘어나는 경향에 주목한 것이다.

손 위원장은 "서울에서 가까운 권역일수록 서울에서 활동하려는 변호사가 많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변호사가 서울에 집중되는 이유는 지방에 소재한 로스쿨 입학생 중 서울 출신이 다수 있고, 변호사 수요를 해당 지역에서 흡수해야 하는데 사실상 지역 경제가 수요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자원의 배분 문제는 시장경제 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이미 법률시장은 과포화상태로 추후 기존 변호사에 거는 기대치를 낮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변호사 자원이 배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의 비싼 학비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미국의 경우에도 교수단 규모 확대 등의 이유로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와 관계없이 등록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이를 학생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내부적인 반성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로스쿨제도가 고비용 제도라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사회적 논의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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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문대 로스쿨 학생이 교수 컴퓨터를 해킹해 시험문제를 빼내고 토익시험 부정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로스쿨생들의 윤리의식 결여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판사·검사·변호사를 법조삼륜이라 부르는 것은 변호사는 국가 책무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변호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 윤리의식이 우선시 되는 직군인데, 일부 로스쿨생의 위법행위는 선배 법조인 입장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입시부터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신원조회를 하는 한편 2학기부터는 법조윤리 과목과 별도로 인성교육을 도입한다고 한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로스쿨, 대한변협 모두 효율적인 교육방법을 연구하고 학생들이 법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손 위원장은 로스쿨이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로스쿨 제도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가고 있는 징표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며 1기 평가위원회가 지난 2012년 전국 25개 로스쿨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증평가에서 재평가 대상은 없었고 법인의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일부 대학에 대해서만 개선권고를 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사법시험존치와 예비시험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로스쿨이 문을 연 지 6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보다 다양한 논의를 해야 할 때"라며 "예비시험제와 사법시헙 존치 여부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손용근 위원장은

△1953년 전남 강진 △광주 제일고, 한양대 법대 △제17회 사법시험 합격 △1980년 대구지법 판사 △1989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1991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2000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2003년 법원도서관장 △2006년 서울행정법원장 △2009년 특허법원장 △2011년 법무법인 동인 대표변호사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 로스쿨 평가위원장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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