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전략산업 선정 집중지원
중국 정부는 최근 12개 국가전략산업 분야를 선정하면서 2005년까지 25억달러(약3조원) 투자방침을 확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이 12개 전략산업 중에서 중의학을 포함했다는 사실이다.
12개 분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ㆍ생명공학ㆍ중의학ㆍ신약개발ㆍ자기부상 열차개발 등으로 경제발전 다각화를 위한 중국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중의학 현대화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1조달러 규모의 세계 한의약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적극적인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정부가 최근 중의약 관련법을 개정하고 중약재 생산에 대한 품질관리ㆍ중의약 산업체의 구조조정 등 중의약 산업이 약재의 재배에서부터 생산ㆍ유통ㆍ제약단계에 이르기까지 표준화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하겠다고 밝힌 점은 주목할 일이다.
중의학 현대화로 표현되는 `시장환기술(市場換技術)`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 세계 중의학 연구기지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불감증 그 자체인 우리정부나 학계에 경종을 주고 있다.
특히 중국은 한약재 규격화 움직임에 대비, 자국 내 한약재의 경우 재배 및 생산표준화를 2004년까지 시행하지 않는 업체는 강력히 퇴출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WTO 가입이후 어떤 방향으로 국제시장을 공략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WTO 가입이후 2001년 12월 제9차 한ㆍ중 경제공동위원회에서 중국산 한약재 수입을 제한하는 국내 관련법(한약재 수급조절제도)의 폐지를 공식ㆍ비공식 채널을 통해 거론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파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사안이다.
한의사협회가 지난 5월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05년 의료시장 개방 시 한의사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대상국은 중국이 88%로 가장 많았다. 해외진출과 관련, 응답자의 54%가 외국에 한방의료기관을 설립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지만 24%는 경우에 따라 설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여 국내 상황에 따라 해외진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기의식과 맞물려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 한의약법 제정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생약재 품질규격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고, 지난해 11월 발족된 FHH(생약 규격화 국제포럼실무추진위원회)도 한약재 규격기준을 매듭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올 5월 서울대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발족된 KFHH(한국 생약 규격화 국제포럼 실무추진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된다. 위원회는 앞으로 국가별로 서로 다른 한약명칭의 통일, 한약자원 분류ㆍ품질관리 규격기준 표준화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