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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1월 30일] ‘죽음의 계곡’ 함께 넘어야


[데스크칼럼 1월 30일] ‘죽음의 계곡’ 함께 넘어야 ytlee@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한국은행 건물에 "경제가 어려울수록 건전한 소비가 필요합니다"라는 구호가 나붙은 적이 있다. 지난 2001년의 일이다. 닷컴버블이 붕괴되고 9ㆍ11테러 사건까지 겹치면서 소비가 위축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줄줄이 무너질 때였다. 한은 건물에 소비를 유도하는 이런 문구가 부착된 것은 한은 창설 이후 처음이었다. 사회 곳곳에서도 소비진작 캠페인이 벌어졌다. 경제5단체들은 소비활성화에 앞장설 것을 결의하고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구매운동도 펼쳤다. IMF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논리보다는 애국심에 의존한 측면이 강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될 게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보다 더 심한 소비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살아남고 싶습니다"라는 의류 땡처리 광고 판촉물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대형마트들은 설 연휴 때 쉬지도 않고 선물세트를 판매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주로 중소업체 제품들이다. 음식점으로 대변되는 자영업자들 중 상당수는 이미 '죽음의 계곡'에서 헤매고 있다. 물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자리를 잡으려면 이른바 '죽음의 계곡'이라는 관문을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판로를 개척하는 게 더 중요한데 그 위기가 바로 죽음의 계곡이다. 이 위기에는 금융지원이 요구되고 수요처도 필요하다. 이를 넘지 못하면 도산한다. 중소기업의 50% 가까이가 이 길을 걷는다. 영세 자영업자도 비슷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시작할 때 퇴직금을 몽땅 집어넣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ㆍ처갓집 돈도 끌어온다. 그래서라도 버티면 다행인데 그게 녹록지 않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이런 구조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대상의 51.5%가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으며 46%가 6개월 정도만 견딜 수 있다고 호소했다. 6개월 뒤 절반 가까운 중소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네 음식점ㆍ슈퍼 등을 경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 상황은 사상 최악의 수준이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이 1,800여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 체감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8.7로 직전 조사 시점인 지난해 11월의 52.7보다 14.0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해 대대적인 내수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게 문제다. 누구나 덜 먹고 덜 놀고 덜 입고 있는 탓이다. 다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닌데 다들 지갑을 닫고 있으니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이런 심리를 되돌려야 소비가 살아나고 수출 감소의 위기에도 버텨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반드시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 여기에서 건전한 소비도 나온다. 이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대기업도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의 칼을 꺼내드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구조조정 우려 속에 소비를 늘릴 바보는 없다. 생존을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경비를 줄이는 것도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다. 다른 쪽에서 보면 나만 살겠다는 이기주의로도 비쳐질 수 있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최근 퇴직한 기업 임직원의 채용과 실직자에 대한 재교육 방침을 밝히면서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이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역할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동반자 사회(social companion) 운동'이라고 표현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런 대기업의 역할도 필요하다. 2001년 위기 때처럼 소비진작에 앞장서고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운동을 벌이는 것도 검토해볼 때다. 그것이 위기극복을 앞당기면서 '죽음의 계곡'으로 내몰리고 있는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도 함께 살아남는 길이 될 수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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