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시폭락 방치할 것인가증시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8일 중 모두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은 붕락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주가는 실물경제의 거울이라고 한다. 이 말이 요즘처럼 가슴에 와닿은 때도 드물다. 제3차 오일쇼크 가능성·환율 및 물가불안·단기외채급증 등 우리 경제는 지금 환란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지난해보다 7등급이나 내려앉은 29위를 기록했다는 보도까지 겹쳤다.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는 하나 해외여건의 악화와 내부의 방심이 얽힌 우리 경제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주가는 경제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상황에서는 증시를 살릴만한 특효약은 있을수 없다. 경제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의 먹구름을 몰아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유가급등에 대비한 중장기대책과 환율·물가 및 국제수지 불안 등에 대한 유연하고 실효성있는 정책대응이 요망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경제전반을 감싸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증시로 돈이 돌아올 수 있다.
최근 주가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미국 반도체 주가의 급락이다. 어느 업종이든 경기순환이 있으므로 급락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특정업종의 주가급락으로 증시가 공황에 빠지는 것은 매우 우려할만한 일이다. 일부 업종이 좌지우지하는 우리 증시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맹점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의 주가폭락이 반도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외국인들의 장단에 놀아나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외국인들이 우량주식을 저가에 매입, 고가에서 대량 매도해 국부유출이 심각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에 견제세력이 없는 것은 벼랑끝에 선 우리 경제의 자화상과 같다.
따라서 무너진 투신사들은 물론 은행·종금사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을 살리는 일이 시급하다. 금융구조조정과 부실기업퇴출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자금의 선순환을 정착시켜 돈이 증시에 유입되게 해야 한다. 인터넷 주가조작 사건에서 보듯 작전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하는 감시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증시부양차원에서 금융시장안정대책을 발표했으나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데는 국회공전의 탓이 크다. 증시가 안정을 회복하려면 국회정상화와 정치안정도 시급하다.
증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자금조달기능이 마비되면 구조조정 지연과 벤처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자금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증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투자자들이 모두 합심해야 할 때다.
입력시간 2000/09/0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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