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가도를 걸어온 대한민국. 그렇다면 오늘날의 한국 사회가 있기까지 우리나라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사건은 무엇일까.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이었고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드는 데 가장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은 누구일까.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 사회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사건으로 88올림픽(18.3%)과 1997년 외환위기(18.2%)를 꼽았다. 올림픽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세계에 각인시킨 계기였다면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에 쇼크와 함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 동인을 주었다는 것이 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국민들은 광주 민주화운동(17.4%)에 대해서도 높은 응답률 보였고 뒤이어 ▦5ㆍ16 쿠데타(13.9%) ▦4ㆍ19 혁명(9.5%) ▦1987년 민주화운동(7.2%) 등을 한국 사회의 변화 동인으로 생각했다. 연령별로는 20ㆍ30대에서 외환위기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40대에서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취업난 등을 반영하듯 외환위기에 대한 처절한 고통이 젊은 층일수록 더 깊게 각인됐고 민주화 과정을 온 몸으로 체득한 40대는 광주 민주화운동을 한국 사회의 큰 모멘텀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0년 우리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새마을운동(30.7%)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28.2%)이 쌍벽을 이뤘다. 다음으로는 12.6%가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를 꼽았고 ▦한국 사회의 민주화(8.1%) ▦벤처기업과 정보화 추진(7.9%) ▦중동 건설 파견이나 월남전 파병(7.7%) ▦미국의 원조(1.9%)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48.6%)과 50대(35.5%) 등 나이가 든 사람들일수록 새마을운동에 대한 답이 많았고 반면에 젊은 층은 올림픽ㆍ월드컵(18.9%)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24%)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민들은 또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했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1970년대(30.7%)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1980년대가 31.5%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50년 동안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집단은 어디라고 생각할까. 우리 국민들의 3분의1에 가까운 31.4%가 '근로자'를 꼽았다. 근로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방울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어 기업인과 일반 국민을 꼽은 응답이 25.9%와 25.6%로 뒤를 이었고 정부를 꼽은 응답은 15.7%에 그쳤다. 경제운영 능력이 가장 뛰어났던 대통령을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67.6%)을 꼽는 국민이 3분의2를 넘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12.9%)과 노무현 전 대통령(9.9%)이었고 전두환ㆍ이승만ㆍ김영삼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순이었다. 국민들은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로 역시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과의 격차', 즉 빈부격차 문제(34.7%)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경제수준에 비해 복지수준이 낮다는 점(21.7%)'을 꼽은 사람이 뒤를 이어 일방적 성장주의 대신 복지와 양극화 해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