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9일] M&A 대상 기업 노조가 뭉친 까닭

8일 대우건설ㆍ금호생명ㆍ대우조선해양ㆍ대우조선해양건설ㆍ쌍용건설 등 5개사의 노동조합이 한자리에 모였다. '바람직한 기업매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발족식을 위해서다. 이들 5개사는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거나(대우건설ㆍ금호생명) 과거 매각에 실패하고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대우조선해양ㆍ대우조선해양건설ㆍ쌍용건설)이다. 이 기업들의 노조는 "지금까지 진행된 기업매각 절차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해 공대위를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매각에 따른 사회 및 국민경제적 파장에 대한 고민 없이 높은 가격에 기업매각이 단행된 결과, 해당 기업의 보유자산 및 기술유출 등의 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 매각 과정은 명확한 정책방향에 따라야 하며 투명성과 공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살펴보면 인수자 측이 유동성 위기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이른바 '승자의 독배'에 걸린 사례가 속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기로 결정했고 한화도 3,0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을 놓고 산업은행 등과 법정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M&A가 실패한 이유가 공대위의 지적대로 불투명한 매각 절차 때문이거나 고가매각을 고집했기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M&A의 특성상 작업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시장경제 체제에서 매도자가 가능한 한 높은 가격에 매각하려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 매각 과정에 노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매각돼야 한다며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M&A를 통해 해당 기업의 역량을 더욱 높일 의지가 있는 매각자와 인수자라면 해당 기업의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ㆍ이해관계자)의 일원인 종업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잇따라 매각하려는 정부 역시 주먹구구식 매각보다는 해당 기업의 먼 미래까지 감안해 공적자금 회수에 대한 적절한 기준 및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날 발족한 공대위의 희망대로 '바람직한 기업매각'을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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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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