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8시께 포항시 남구의 S아파트 2층에 사는 A(66)씨와 큰딸 B(44)씨가 안방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A씨 둘째딸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들은 안방 장롱에 각각 목을 맨 상태였다. 시신은 부패해 말라가고 있었고 유서는 없었다.
식탁에는 밥, 국 등이 차려져 있었고 지갑에는 현금 15만원 가량이 들어 있었다.
최근 도시가스회사측이 3개월치 정도 밀린 가스요금 납부를 독촉하기 위해 이전에 요금을 낸 적이 있는 둘째딸에게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딸은 “도시가스회사 측에서 연락을 받고 아파트에 가보니 어머니와 언니가 안방에 숨져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15년전 이혼한 뒤 울산에서 살다가 5년전 포항에 와 미혼인 큰딸과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울산의 집을 처분한 뒤 딸과 함께 포항으로 와 소형 아파트를 구입한 뒤 생활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시신이 부패한 정도와 도시가스 요금이 3개월 체납된 점으로 미뤄 숨진 지 3~4개월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시와 이웃주민들은 숨진 모녀가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이 생활해 왔으며, 평소 수돗물 사용량이 많고 함께 다니며 궁핍하게 생활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모녀는 직업없이 생활했지만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모녀가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유족들은 “생활고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의 정확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어머니 A씨는 15년전 이혼한 후 울산에서 살다가 집 두채를 판 돈 1억7,000만원을 갖고 5년전 포항으로 와 5,000의 아파트를 2,500만원을 주고 사 큰 딸과 살았다.
유족들은 “어머니가 평소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아온 큰딸과 함께 살았고 평소 딸이 잘못되면 함께 (저세상으로) 가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1억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 예금과 적금으로 넣어두고 이자로 생활하면서 모녀가 별 어려움없이 생활해 왔고 울산에 있는 작은딸과 사위도 잦은 왕래를 하진 않았지만 한두번 몇백만원씩 생활비를 보태주기도 했다는 것.
사위 김모(56)씨는 “잔고가 얼마가 있는지 당장은 알수 없지만 생활이 어려울 정도는 절대 아니다”며 “큰딸이 갈수록 병이 악화되자 부모로서 속이 많이 상하고 이를 보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주민들도 모녀가 평소 등산을 다니고 옷차림도 깔끔해 생활이 어렵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