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택배영업소를 운영하는 J모(35)씨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부터 시작된다. 지점에서 싣고 온 물건을 내린 뒤 오전 10시부터 배송에 나서 오후 7시쯤 끝난다. 배송을 다니면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받아온 물건을 지점에 싣고 가 탁송을 마치면 오후 9시가 훌쩍 넘는다. 하루 근로시간이 무려 14시간. 이렇게 일하고 J씨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16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기름값 30만원, 식대 25만원, 차량 할부금 30만원에다 보험료ㆍ휴대전화 요금 등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00만원이 채 안된다. “물량은 늘어도 배송 수수료가 너무 적은데다 기름값까지 크게 올라 종일 일해도 별로 남는 게 없습니다. 왜 택배사업을 시작했는지 후회막급입니다.” J씨는 한숨을 지었다. 택배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택배단가 하락과 고유가로 인한 경유값 폭등으로 택배화물차주들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일반 화물업계와 유사하게 자기 차량으로 택배회사의 브랜드를 쓰는 지입형태의 영세사업자들이 대부분이라 협상력이 거의 없다. 특히 비슷한 처지의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집단 운송거부를 통해 운송료 인상과 유류보조금 지급 확대 등을 이끌어낸 데 반해 택배차주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간선차량(본사 터미널과 지점간 택배화물을 운송하는 차량) 차주들을 중심으로 화물연대 가입이 늘고 있어 배송 수수료 인상 등 고유가에 따른 수입 감소분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자칫 ‘택배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택배화물차주들의 이처럼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낮은 배송단가와 유류비용 상승 때문이다. 배송단가는 2005년 건당 3,700원선에서 현재 2,500원 정도로 3년 새 30% 가량 떨어졌다.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의 급성장으로 택배물량이 급증하자 대기업들이 앞다퉈 택배업에 진출, ‘제살 깎아먹기식’ 물량확보 경쟁을 펼치면서 단가가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것. 게다가 최근 고유가로 인한 경유값 폭등은 수익성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한 택배영업소장은 “최근 물량이 급증하는 의류나 도서ㆍ음반 등의 택배단가는 건당 1,500원 안팎인데 담배 한 갑 가격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의 문을 두드리는 택배 화물차주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간선차량 화물차주가 대부분이지만 택배 영업소 택배차주들도 적지 않다. 화물연대 인천지부의 관계자는 “7월 이후에만 100여명의 택배 차주들이 새로 가입했다”면서 “특정단체에 가입하면 계약해지 사유가 되는데도 화물연대 가입문의가 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고통이 심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택배파업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고 그럴 경우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편과 피해는 화물연대 파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 상승분을 어느 정도 반영한 택배단가 인상 등 배송료 현실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