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27일] 제약산업 전략적 육성하려면

오헌승(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 이제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 와 있다. 특히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매출기준 세계 7위권으로 성장했으며 산업발전의 기반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석유화학에 기반을 둔 범용제품위주의 구조라는 문제가 있다.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은 무역역조가 심각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선진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신약개발에 국가적 지원 필요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산업이다. 또한 제약산업은 연구개발부터 생산과 매출까지 선진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선진국형 산업이다. 제약산업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의 선진국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지난 50년간 세계 50대 제약회사에 진입한 제약사가 손으로 꼽을 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분야이다. 이렇게 선진국 제약회사들이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된 뒤에는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 제약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이 필수적이며 신약개발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전략적 육성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대부분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제네릭 생산 및 마케팅 중심의 중소기업으로 출발해서 다양한 제품을 수출하는 중견기업으로 역량을 갖추어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제약사의 국내시장 잠식이 40%에 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그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 예측되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시급한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제약산업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은 세계 1위 제약사의 2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적은 연구개발비 투자와 한정된 연구인력으로 진행되는 신약개발 연구마저도 연구자원의 분산과 과도한 경쟁, 협력체계의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정부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설치하여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지난 20여년간 이뤄진 신약개발 연구개발 투자와 인프라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산ㆍ학ㆍ연의 협력과 융합을 통한 시너지가 향상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신약개발은 약 15년 정도의 개발기간과 8,000억 이상의 막대한 연구비가 투입된다. 이러한 신약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면 약 20년간 특허권으로 보호받으며 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블루오션 성장동력 산업이다. 이렇게 신약개발과정에는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후보물질단계는 전문연구기관에서 담당하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개발단계는 제약회사가 참여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한국화학연구원은 1987년 물질 특허제도 도입 후 국내 최초로 신약개발 연구에 착수해온 국내 유일의 화학전문 공공연구기관이다. 다양한 분야 연구역량 결집을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질리드(Gilead)에 기술이전한 에이즈치료제 후보물질을 비롯해 당뇨ㆍ뇌졸중ㆍ골다공증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신약후보물질을 국내외 기업에 기술이전함으로써 국내 신약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신약개발플랫폼기술팀과 안전성평가연구소 등을 연구원 내에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중소제약사가 갖추기 어려운 약동력학ㆍ기초독성ㆍ약물성ㆍ독성시험 등에 대한 서비스를 산ㆍ학ㆍ연에 원스톱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내 신약개발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화학연구원의 이러한 역량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신약개발은 과학이 바탕이 되는 R&D 중심 융합형 기술분야로서 화학ㆍ생물학ㆍ약리학ㆍ독성학ㆍ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국내 신약개발 관련 역량은 인력ㆍ시설ㆍ연구비ㆍ경험 등 여러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그동안 축적돼온 화학기술 신약개발 R&D 역량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연구역량이 결집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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