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각별한 인연' 추억하며 눈시울

DJ 즐겨찾던 양구이집 탁승호씨<br>30년 세탁물 책임져온 박병선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고인과 생전에 각별한 인연을 맺은 이들의 추억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양 구이 집인 서울 중구 을지로 3가 '양미옥'을 즐겨 찾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탁승호(59) 씨는 "돌아가신 그날 집사람과 같이 병문안을 가기로 했었는데…. 숱한 고비도 넘기셨는데… 이렇게 가실 줄 몰랐다"며 눈물을 훔쳤다. 탁 씨가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김 전 대통령 퇴임 후인 2004년 즈음. 탁 씨는 "한광옥 전 비서실장 내외와 처음 들른 뒤 5년 간 한 달에 세 번 정도 가게를 찾았다"며 "전직 대통령 신분이라 처음에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오히려 친근감 있게 대해 주셔서 나중에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탁 씨는 "경호상 문제 등으로 비교적 한가한 일요일 점심 때 주로 찾았다"며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생일 때는 비서진 등 20여 명과 함께 가게에 들러 점심 식사를 하는 게 생일 파티일 정도"라고 돌이켰다. 김 전 대통령은 설이나 추석 때면 어김없이 탁 씨에게 동양난을 선물했고 6ㆍ15 공동선언 기념식 날에는 초청장을 보내왔다고 탁 씨는 전했다. 그는 "입원 하시기 전 지난 6월 21일에 찾은 것이 마지막이었는데 남북 통일 등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으신 분이 허망하게 돌아가신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고인의 죽음을 슬퍼했다.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병선(67) 시도 여느 때처럼 세탁물을 다리며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지만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박 씨는 "또 한 명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아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지난 1977년 동교동으로 이사와 세탁소 문을 연 박 씨는 청와대 5년과 1980년대 가택연금 기간을 제외하고는 30년간 줄곧 김 전 대통령 내외의 세탁물을 책임져 왔다. 박 씨는 "김 전 대통령의 비서가 찾아와 (대통령이) 조금 더 계실 것 같다고 말해 갑자기 서거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세브란스 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병실에라도 한번 들러볼 것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13일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김 전 대통령은 박 씨에게 잠옷을 맡겼는데 그것이 마지막 세탁물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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