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직원과 결탁, 50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치밀하게 위ㆍ변조해 유통시키려던 위조범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13일 모은행 차장 정모(47)씨와 짜고 100억원짜리 가짜 CD 5장을 발행해 이를 시중에 유통시키려던 정모(43)씨 등 6명을 유가증권 위조 및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등 3명을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 6명은 은행 차장 정씨에게 수익의 25%를 나눠주겠다고 꾀어 은행에서 진본 CD 용지 10장을 빼낸 뒤 이중 5장을 정밀하게 위조해 똑같은 일련번호와 계좌번호를 가진 한쌍의 `쌍둥이 CD`를 만들었다. 그간 CD가 컬러복사기나 스캐너로 위ㆍ변조된 적은 있으나 진본 용지를 빼내 일련ㆍ계좌번호를 맞추는 등 정밀하게 위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또 모증권회사 직원 이모(33)씨를 통해 이 증권회사가 실제 500억원의 CD를 발행하도록 한 뒤 똑같은 일련ㆍ계좌번호와 액면가가 찍힌 가짜 CD를 만들었다.
통상 CD를 사고 팔 때 발행은행에 CD의 일련번호와 액면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때 적발되지 않기 위한 교묘한 방편이었다.
이들은 위조 CD 중 1장을 모증권사에 팔려 했으나 CD 실물을 증권예탁원에 예탁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진본 CD가 먼저 예탁돼 있어 그만 덜미가 잡혔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