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보고서 나올 때가 매도시점?”
최근 증시가 하락장세를 보인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일부종목에 대해 매수추천 보고서가 발표될 때 보유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관이 보고서 발표시기를 매도 타이밍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에 대해 작년 4ㆍ4분기 ‘깜짝실적’이 예상된다며 하루 평균 2~3건의 추천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기관(프로그램 매물제외)은 단 3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하이닉스 지분을 팔아치웠다. 특히 하이닉스 관련 보고서가 쏟아진 지난 4일, 10일, 11일의 경우 기관 매도물량이 무려 78만주, 29만주, 105만주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 해(2일~12일) 하이닉스의 기관 매도물량은 239만주(853억원)에 달해 기관 순매도종목(유가증권시장, 금액기준) 상위 3위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하이닉스를 369만주(1,344억원)나 사들이며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지난 10일 일부 증권사에서는 “올 상반기 미얀마 가스전 판매처의 결정과 생보사 지분보유 등 겹호재가 예상된다”며 4만원이하 주가에서는 매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대우인터내서널 주식을 27만여주나 사들였지만 기관은 되레 14만여주를 팔아치웠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기관이 7번째로 많이 팔아치운 반면 개인은 4번째로 많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현대모비스는 지난 8일 올해 영업이익률이 증가할 것이란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하루평균 최대 10만여주를 매수한 반면 기관은 하루 평균 5만~13만주를 처분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하락장세에서 기관 투자가들이 현금보유비중을 늘리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종목을 처분하다 보니 이들 종목의 매도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리포트 발표시기에 유독 기관 매물이 급증하는 것은 기관이 이 때를 물량처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