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방송 공정성 제도화로 해결하자


정부조직개편 최종 시한이었던 3월5일 1학기 첫 강의를 했다. 학생들에게 세계 최대의 미디어기업이 어디인가를 질문했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다. 2011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미디어기업은 미국의 케이블 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컴캐스트다. 컴캐스트는 케이블TV를 기반으로 초고속 인터넷 및 전화 등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확산시켜왔다. 그리고는 미국 3대 지상파방송의 하나인 NBC유니버설을 인수했고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에는 방송통신 융합과 콘텐츠의 결합 등 소위 정보방송통신(ICT) 생태계 전략이 결정적이었던 사실은 미디어 업계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디어빅뱅 시대 융ㆍ결합 전략 필요

그런데 바로 세계 최대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한 종합유선방송사업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조직 개편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그 이유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세계 어디에서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방송을 장악했다는, 혹은 한다는 주장이나 논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문적인 증거는 말할 것도 없고 정책의 담론조차 있지 않다. 만일 그렇다면 미국에서도 컴캐스트가 방송을 장악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컴캐스트는 미디어 분야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이를 정보산업의 성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성장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ㆍ연방통신위원회 등이 불공정 경쟁 가능성을 심의하고 위반시 강한 제재를 부과한다. 바로 그런 장치를 통해 혹시 있을 수 있는 시장지배 권한의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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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채널 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가 승인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송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한 어떤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종합유선방송사업 자체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종합유선방송과 경쟁자인 IPTV(인터넷 TV)와 위성방송이 크게 약진하고 있고 종합유선방송 가입자수가 감소하고 있다. 미디어 이용이 점점 인터넷과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종합유선방송을 포함한 전통적인 미디어 이용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 소수의 미디어기업만이 있던 시절에는 그러한 장악의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미디어 빅뱅 시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공정성은 과학적 제도화로 해결해야

다니엘 핑크라는 미래학자는 일찍이 21세기가 개념과 감성의 하이 컨셉트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 컨셉트란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의 능력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정부는 방송을 이러한 창조의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다. 만약 논란이 되는 것처럼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과학적인 근거로 밝히고 그러한 근거에 따라 엄중한 제재 조치를 부과하면 된다.

2009년 미디어 법 개정시 지금과 똑같이 신문과 방송 겸영으로 여론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로 미디어법 개정이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되 방송의 여론 장악을 방지하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로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매체간 합산 영향력지수를 개발해 그러한 근거에 따라 시청점유율 상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도 방송의 공정성 문제와 관련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한 제도화로 해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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