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론스타와 결탁해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 등 핵심 인물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비록 1심이기는 하지만 2003년 8월 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공식 인수한 후 ‘헐값 매각’ 여부 등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외환은행 불법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도 한결 짐을 덜게 됐다.
하지만 정책적 판단에 대해 무리하게 사법적 판단을 들이대면서 관료사회의 보신주의를 팽배하게 하고 유능한 엘리트 관료의 꿈을 접게 했다는 점에서 ‘검찰 책임론’ 등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변 전 국장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매각이라는 전체의 틀에서 엄격하게 봤을 때’ 배임 행위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 조작, 론스타의 인수자격 부여 등에 대한 핵심 쟁점에 대해 변 전 국장 등의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우선 외환은행의 BIS 비율 전망치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론스타의 인수가격을 고의로 낮춰주거나 론스타에 인수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비관적 전망치가 조작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의 인수자격 확보에 대해서는 “인수자격과 관련해 변 전 국장과 론스타 측 스티븐 리가 만나 얘기를 나눴다는 하종선 변호사의 진술이 있지만 인수자격을 부여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재경부 등이 인수자격 필요성을 왜곡해 론스타에 인수자격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외환은행으로서는 3자를 통한 신규 증자가 유일한 대안이었고 론스타가 경영권을 원하는 상황에서 공개 경쟁입찰로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것이지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유리한 지위를 주기 위해 공개경쟁을 피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더 높은 가격으로 론스타 또는 제3자가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하거나 매수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외환은행 등에 손해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배임)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변 전 국장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책임론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고위관료의 경우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