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넷시대의 생존전략

세상이 이렇게 급속도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변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구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유통의 혁신이다. 즉, 이제까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대리점이나 중간 도매상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기 위해 존재했던 유통업체들이 필요없게 될 것이다.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는 세상이 곧 도래할 전망이다. 소비자는 자기가 필요한 제품에 대한 사양을 스스로 결정하여 제조업자에게 전달하면 제조업자는 이렇게 주문 받은대로 제조하여 고객에게 전달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실제로 미국의 델 컴퓨터는 전 세계의 고객들로부터 웹 사이트를 통해 주문을 받고 이에 따라 컴퓨터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올리는 매출이 하루 600만 달러를 넘고 있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컴퓨터를 조립하고 테스트하고 포장하는 데 다섯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컴퓨터를 고객에게 전달하는데 유통업체는 전혀 필요치 않다. 다만 배달업체만이 필요할 따름이다. 이렇게 제조업체와 소비자간의 직접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호황을 누릴 업종으로서 택배업체의 신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 공급업체와의 거래도광범위해질 뿐만 아니라, 구매에 드는 비용도 크게 절감될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 제조업체의 공급선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한 기업이 일단 어느 회사의 협력업체로 지정되면 그 회사만을 바라보고 납품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지는 기업간 거래에서는 그렇게 제한적일 필요가 없다. 자기가 만들어내는 부품이 경쟁력이 있는 한 어느 곳에든지 팔 수 있고, 또 그동안 거래에 참여하지 못했던 다른 경쟁력 있는 기업들도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에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인하와 품질향상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96년 3월부터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가동한 GE는 견적의뢰서 송부에 7일, 구매선 결정에 20일이 걸리던 것을 각각 2시간과 8일로 단축시켰고 부품구매비용은 20%, 구매인원은 50%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서도 빅3가 인터넷으로 공동부품조달망을 구축하여 98년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자동차 1대당 1,200달러의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셋째, 기업내의 업무혁신도 기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마케팅부서·공장·구매부서간의 의사소통을 신속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불필요한 재고를 줄일 수 있고 지원 인력에 대한 수요도 크게 감축시킬 수 있다. IBM의 경우 96년부터 마케팅부서는 인터넷을 통해 월간 PC판매 예측치를 사내에 전달하고, 공장은 이를 기초로 생산능력과 원자재 확보사항을 점검하여 생산계획을 세우며, 구매부서는 이들 정보에 준하여 납품업체와 협상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재고회전율 40% 증가와 판매량 30%의 증가를 거두고 있다. 유럽 최대의 중전기업체인 ABB도 사내 인터넷 덕분에 총 종업원은 21만명 규모인데도 불구하고 본사의 사원 수는 170명선으로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의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업을 둘러싼 거래관행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기업들의 현실은 아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변화에는 신속히 대처, 적응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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