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관리비를 쌈짓돈 쓰듯… 기가 막힌 아파트 비리

200만원 넘는 공사도 입찰 대신 수의계약 남발


서울의 A 아파트단지는 13건, 1억7,700만원 어치 공사를 모두 수의계약으로 사업자를 선정했다. 200만원이 넘는 공사는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은 철저히 무시했다.

서울시가 아파트 관리 비리가 의심된다는 주민들의 제보와 자치구 요청이 있었던 103개 단지 가운데 11곳에 대해 정밀 현장조사를 한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은 브리핑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비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시는 ▦공사ㆍ용역 ▦관리비 운영 ▦장기수선제도ㆍ충당금 ▦입주자대표회의 운영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168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시는 무자격업체와 계약, 공사입찰 방해 등 10건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고 83건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공사ㆍ용역의 경우 11개 단지 중 10곳이 수의계약 한도(200만원)를 넘는데도 수의계약을 남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규모는 모두 56건, 39억212만1,000원에 달한다. 공사비를 200만 원 이하로 쪼개 수의 계약한 사례도 적발됐으며 2개 단지는 입찰참가 자격이 없는 무자격업체와도 계약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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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운영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 등이 발견됐다. 각종 비리로 발생한 자금 부족액을 관리비로 충당해 입주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5개 단지를 대상으로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적립률은 계획 대비 7~21%에 불과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이권에 개입하고 입주자대표회의 내 분쟁 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입주자대표회의 분쟁으로 생긴 아파트 관리 공백을 막기 위해 공공에서 임시대표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며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를 만들어 아파트단지에 대한 컨설팅과 실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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