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

"고객과 품질로 소통… SUV 명가 '뉴쌍용차' 재건할것"



새 주인 마힌드라와 협력 신차개발등 2400억투자
R&D전문인력 대폭 확충 내년 1분기엔 인도 진출 사기진작인센티브이어 임직원들 복지 환원도
250여개 1차 협력업체 기술·재정 자립 도울것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인수되면서 2년여간의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유일 사장. 지난 28일 쌍용자동차 서울 강남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첫눈에 봐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축하한다는 말에 "법정관리 시절의 관리인 때와 달리 지금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 벌써 2㎏이나 빠졌다"고 말했다. "법정관리가 끝나면 여행이나 다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과 파완 고엔카 사장이 갑작스럽게 사장직을 맡아달라면서 부탁하더군요. 일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고 마지막으로 잘해서 다음 사람에게 넘겨줄 때 보람도 있을 것 같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중동 사태, 일본 지진이 터지면서 정신 없이 바쁘네요." 쌍용차 법정관리인을 끝으로 세계를 돌며 한 박자 쉬어가려던 이 사장의 숨가쁜 여정이 '뉴 쌍용차'와 함께 다시 시작됐다. 그는 "내 마지막 일터인 쌍용차가 난관을 극복하고 명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남은 불꽃을 다 태우고 떠날 것"이라며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 쌍용차가 시장의 다양성에 한몫을 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우리를 지켜보고 애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8월 쌍용차 인수합병(M&A) 우선협상 대상자로 인도의 마힌드라가 선정됐을 때'먹튀'로 얼룩진 '상하이차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마힌드라는 뭐가 다른지 물었다. 이 사장은 "공무원 조직 같은 상하이차와 달리 마힌드라는 자동차에 관한 A부터 Z까지 만드는 100년의 비즈니스 역사를 갖고 있다"며 "미국 아이비리그를 나온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된 마힌드라 경영진은 처음부터 상하이차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 사장이 마힌드라그룹을 처음 접한 것은 쌍용차 공동 법정관리인이 된 지 3개월 만인 2009년 5월. 마힌드라 부회장이 모 외국계 은행 관계자를 통해 이 사장에게 쌍용차 인수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곧바로 초청장을 받은 그는 인도 뱅갈로에 위치한 마힌드라 레바 공장을 방문해 실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때 마힌드라 부회장을 처음 만났는데 장사꾼 같지는 않더군요. 당시 그는 구차한 설명 없이 '우리가 인수하고 싶고, 반드시 인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1년 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5,400억원의 인수가를 써내 1,000억원 이상 낮게 쓴 루이아를 제치고 최종 협상자에 낙찰됐다. 마힌드라를 새 주인으로 맞은 후 쌍용차에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2009년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하면서 250% 삭감된 급여도 원상 회복됐고 3년 만에 8명의 임원 승진자도 나왔다. 또 자동차 회사의 특성상 공장 휴무기간 외에는 휴식은 꿈도 못 꿨던 임원들에게도 2주간의 공식 휴가가 주어졌다. 임원진의 사기진작과 능률향상을 위해 개인별 목표를 달성할 경우 파격 인센티브도 주기로 했다. 중단됐던 노조원들의 복지도 환원됐다. 투자여력이 없던 쌍용차가 마힌드라의 지급보증에 힘입어 올해 브랜드와 제품 개발에 각각 400억원, 2,000억원의 투자도 단행한다. 이르면 오는 2014년 출시 예정인 카이론과 렉스턴 중간급 SUV의 디자인도 완료하는 등 신차개발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또 상하이차 시절 썰물처럼 빠져나간 R&D 인력도 보강한다. 지난해 12월 100여명 선발에 이어 올해 100명을 추가로 뽑는다. 마힌드라가 인도에 설립한 R&D센터 소속 1,300명의 R&D인력들과도 시너지 효과를 위해 상호 교류 및 협력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투자와 인력확충 모두 마힌드라가 쌍용차 재건을 위해 제시한 제품개발 강화, 양사 간 시너지 효과 창출, 쌍용차 브랜드에 대한 투자, 인력자원 확보, 재무건전성 강화 등 5가지 제안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 임직원들도 글로벌 기업을 주인으로 맞아 변화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근 본부장 회의를 처음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등 새 동료 맞이에 분주하다. 인도 본사에서 파견될 직원 7명이 당장 4월부터 쌍용차에 합류하는데다 한달에 한 차례 회의차 방문하는 마힌드라 임원진과의 수월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는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다.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또 시너지 극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선 코란도C와 렉스턴이 내년 1ㆍ4분기 CKD 형태로 처음 인도시장에 진출한다. 양사는 아울러 플랫폼ㆍ엔진ㆍ파워트레인 등을 공동 개발해 공유함으로써 품질제고와 원가절감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인도시장에 쌍용차를 적어도 월 2,000대, 연간 2만4,000대 정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노조원들과 직원들이 직접 쌍용차 CKD 조립공장인 마힌드라의 나시 공장을 방문하고 돌아와 만족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렇게 새로 태어난 쌍용차가 과연 'SUV 명가'를 재건할 수 있을까. 그는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어가는 정도만이 가장 빠르고도 확실한 길"이라며 "두 번의 주인교체, 노조파업, 법정관리 등 쌍용차 수난의 역사 속에서 5년 만에 탄생한 코란도C가 그 임무를 수행할 첫 번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냉혹하며 소비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동차 회사는 품질로 소통할 뿐"이라고 말해 품질로 승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월 말 출시된 코란도C의 예감은 일단 좋다. 3월까지 누적으로 5,000대 이상 계약됐으며 한 달 넘게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이 사장은 디자인과 정숙성을 앞세운 성능 면에서 코란도C의 우수함을 피력했다. "라이벌 차종들은 디자인이 날렵해 싫증이 쉽게 나는 반면 코란도C는 유러피언 스타일이라서 처음에는 어딘가 심심한 듯하지만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 차입니다.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엔진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해 시속 110㎞ 이상으로 달릴 때도 대화가 가능하게 만들었지요." 그는 "코란도C의 성공을 담보로 내년 말이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코란도C의 성공과 함께 연간 16만~17만대 생산이 예상되는 2013년에는 460명의 무급휴직자 복귀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 재건을 위해 빠질 수 없는 파트너가 있다. 바로 250여개의 1차 협력업체들로 쌍용차의 주요 채권단이며 주주이며 가족이다. 이 사장은 이들이 기술과 재정적인 면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힌드라 측의 약속도 받아냈다. 그 일환으로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마힌드라 부회장은 쌍용차 협력업체 육성방안을 발표한다. 5월16일에는 마힌드라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방한, 쌍용차 부품업체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車업계근무30년 글로벌 감각 탁월
■ 이유일 사장은 현대차 근무 시절 해외시장 진두지휘
쌍용차 공동관리인 맡아 회생에 앞장
이유일 사장은 30년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경영인이다. 현대자동차에서 오랫동안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쌓아온 글로벌 경영감각과 자동차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1969년 현대차에 입사해 현대차 캐나다법인과 북미법인 등 주요 해외 부문 사장을 지내며 북미시장을 개척했다. 1997년에는 현대차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한 기획본부로 발령 받아 본부장을 지냈으며 이듬해 해외 부문 총괄사장을 거쳐 1999년 현대산업개발 플랜트사업본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2001년 이곳에서도 해외담당 사장을 맡으며 해외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2007~2008년 호텔아이파크 부회장을 거쳐 2009년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이 사장은 그해 2월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당시 쌍용차 기획재무본부장이던 박영태 상무와 공동 관리인으로 선임됐다. 그후 쌍용차 회생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는 점을 인정 받아 3월15일 '뉴 쌍용차'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약력 ▦1943년 7월3일 서울 ▦1969년 연세대 법대 ▦1969년 현대자동차 입사 ▦1996년 현대차 미국법인 사장 ▦1997년 현대차 기획본부장 ▦1998년 현대차 해외 부문 사장 ▦1999년 현대산업개발 플랜트사업본부 사장 ▦2001년 현대산업개발 해외담당 사장 ▦2007년 호텔아이파크㈜ 부회장 ▦2009년 쌍용자동차 공동관리인 ▦2011년 3월 쌍용차 사장
주지아로가 디자인 참여… 유럽풍 친환경 SUV
■ 쌍용차 재건 임무 맡은 '코란도C'는 어떤차 최대 181 마력·연비 리터당 15km
엔진 진동·소음 최소화 '정숙성' 강조
'SUV 명가'에서 무려 5년 만에 탄생한 코란도C는 프로젝트 폐기 위기까지 겪는 등 극심한 산고 끝에 태어난 모델이다. 그러나 새 주인을 맞은 '뉴 쌍용차호'의 첫 번째 모델로 SUV 명가 재건의 임무가 코란도C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란도C는 쌍용차를 대표하는 코란도 4세대 모델로 한국 기네스북에도 기록된 국내 최장수 브랜드. 쌍용차 고유 디자인 철학을 구현한 정통 유럽 스타일의 친환경 컴팩트 SUV로 지난 2007년 7월 프로젝트명 C200으로 본격 개발에 착수, 총 2,800억여원이 투입됐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로 평가되고 있는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 작업에 참여해 현대적 감각과 격조 높은 유럽 분위기를 구현했다. 성능 역시 과거 코란도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운전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e-XDi200엔진이 탑재돼 구현된 최대 181마력, 36.7㎏의 성능은 과거 정통 오프로드 SUV의 DNA를 간직하고 있다. 자동변속기 기준 연비는 리터당 15㎞에 달한다. 친환경 디젤 엔진으로 유럽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5도 만족시킨다.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음기술을 적용했다. 쌍용차는 올해 코란도C 1개 차종만으로 전체 판매목표 12만여대 중 35%를 판매할 계획이다. 오는 2012년부터는 연간 6만대 이상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가격은 ▦Chic 1,995만~2,480만원 ▦Clubby 2,290만~2,455만원 ▦Classy 2,580만~2,73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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