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우리 손기술, 문화·얼의 보고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장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한창이다. 개최지 브라질은 유일하게 역대 모든 월드컵에 참가했고 최다인 5회 우승 국가다. 축구 하면 브라질, 브라질 하면 축구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지난 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인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강호들이 즐비함에도 축구의 국가로 브라질을 떠올리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선수들의 유연하고 화려한 동작과 현란한 개인기로 팬들을 열광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질 선수들의 현란한 발동작은 이 나라의 또 다른 아이콘인 삼바춤을 닮은 것 같다. 춤을 추는 듯한 그들의 발놀림은 감탄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을 흥겹게 한다. 어려서부터 흥이 가득한 삼바 리듬에 익숙한 아이들이 축구를 놀이 삼아 즐기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자라났는지도 모르겠다.


브라질에 현란한 발기술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뛰어난 손기술이 있다. 흔히들 젓가락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문화가 뛰어난 손기술의 기반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젓가락을 사용하는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 중에도 유독 우리나라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손기술이 한국의 타고난 자산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예전에 한 뉴스를 보니 손으로 사람의 생사를 가름하는 의학 분야 중 특히 더 세밀함이 요구되는 최첨단 로봇을 이용한 수술에서 한국의 의사들이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국 의사가 고도의 손기술로 로봇을 조작하며 집행하는 수술 장면이 영국의 공영방송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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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술이 주목받는 또 다른 분야는 공예다. 한 예로 나전칠기는 전복껍데기를 얇게 갈아 만든 패(貝)를 그릇이나 기물에 붙여내어 만드는데, 실오라기 같은 얇은 패를 끊음질로 한 땀 한 땀 붙이고 또 패를 겹겹이 붙인 자개는 톱날로 모양을 내 정성스럽게 문양을 새긴다. 오색영롱하게 빛나는 자개무늬를 보고 있자면 첨단 기계라도 따라갈 수 없는 깊고 정교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 작업 과정에 참여해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꾸준함과 무엇도 흔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세밀한 손놀림에 압도당하게 된다. 어느 것 하나도 쉬이 넘기지 않고 정성을 담아내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묵묵하게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이 어우러져 탄생한 것이 바로 한국인의 손기술이 아닐까.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 없는 이 차별화된 손기술은 단순히 '섬세하다'는 의미를 넘어 문화와 얼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키고 계승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구텐베르크보다 78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개발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그 영향력은 구텐베르크에 미치지 못한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브라질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 최고 수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자랑스러운 손기술이 세계 속에서 꾸준히 빛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진정한 최고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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