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장정사를 들춰보면 화가들이 표지 디자인을 맡아 작품을 완성한 경우가 많다. 한국 최초의 양화가로 꼽히는 고희동(1886~1965)은 육당 최남선의 지리산 수필기행서 `심춘순례`의 표지를 그렸고, 화가 김환기(1913~1973)은 김동리, 계용묵, 박종화, 염상섭의 단편소설을 모은 `해방문학선집`을 꾸몄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프로이트 전집`표지화로 사용된 고낙범씨의 모노크롬 포트레이트 연작 15점을 전시해 화제를 모았던 `갤러리 더 소설`은 여기에 이어서 열린책들에서 간행하는 `한국 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표지화에 사용된 작품 20점을 한자리에 모아 `시를 그린 20인의 화가들`이라는 주제로 전시중이다.
표지화 제작을 의뢰받은 화가들은 유화, 아크릴릭, 목판화에 철, 시멘트, 숯, 석고, 철판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20인으로 돼 있으나 `청마시초`의 표지화를 제작했던 조각가 고 구본주가 불의의 사고로 지난해 세상을 떴고, 초간본 시집 중 판권 문제로 한권이 출간하지 못해 실제 전시는 최석운 등 19명의 미술가 작품만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2월27일까지다. (02)738-0351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