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주창한 이래 과학자들은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하면서 왜 털이 사라져버렸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에 관한 최신 이론들은 이(louse)를 막기 위함이라는 것에서 시작해 식인풍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중 지난 40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지지해온 이론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가혹한 열기를 이겨내기 위해서, 또는 사냥감을 쫓아가는 도중에 몸이 과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점차 털이 퇴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영국 리딩 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인 마크 페이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조금은 색다른 이론을 주창했다. 인간이 옷을 입고 집안에서 생활하게 됨에 따라 털의 효용성이 사라졌다는 것. 그는 또 이렇게 털이 적어진 인간들은 이, 진드기 등의 기생충들도 사라졌을 것이므로 건강함이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었던 당시에 이성들의 선택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자연도태 이론에 의해 털북숭이들은 멸종되고 털 없는 인간들만 남게 됐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 출신의 유명 진화생물학자인 쥬디스 리치 해리스는 지난해 이보다 더 으스스한 이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인간의 몸에서 털이 없어진 것을 우연한 돌연변이의 결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초기에만 해도 털 없는 인간들은 돌연변이로 취급돼 털 많은 인간들과 떨어져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털 없는 것이 건강하고 우아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종국에는 털 많은 인간들을 비정상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것. 이 같은 이유로 당시 인류의 다수를 차지했던 털 없는 종족들에게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털 많은 종족들은 동물로 취급돼 잡아먹히면서 멸종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론 중 사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타임머신이 개발돼 원시시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털이 많은 사람들은 제모크림 하나쯤은 잊지 말고 챙겨갈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