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 <3-1> 노르웨이

부자나라의 부지런한 국민<br>근면·검소 생활화로 '최고富國' 일궈<br>수수한 옷차림·소박한 식사·일하는 노인 흔한 모습<p>1인당 GDP 5만弗불구 '흥청망청' 은 찾기 힘들어<br>2004년 실질 GDP성장률 3.9% "금세기 최대호황"




[신성장국가 '2단도약' 비결] 노르웨이 부자나라의 부지런한 국민근면·검소 생활화로 '최고富國' 일궈수수한 옷차림·소박한 식사·일하는 노인 흔한 모습1인당 GDP 5만弗불구 '흥청망청' 은 찾기 힘들어2004년 실질 GDP성장률 3.9% "금세기 최대호황"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의 중심부 칼요한(서울 명동에 해당하는 곳)에서 한 블록 떨어진 로젠크란즈가(街). 이곳에는 현지의 분위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카페나 상점이 비교적 많이 운집해 있다. 출근시간이 막 끝난 아침 9시쯤이어서 가볍게 커피나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기려고 로젠크란즈가 초입에 있는 카페테리아 카피스토바(Kafistova)를 들어서보니 일흔살쯤 돼 보이는 할머니가 웨이트리스 복장을 한 채 주문을 받는다. 현지 안내를 맞은 이미나(KOTRA 오슬로무역관 과장ㆍ여)씨는 “노르웨이인의 법적 연금 지급연령은 63세지만 근로자가 원한다면 67세까지 일할 수 있다”며 “이곳에선 노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일을 하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긴다” 고 설명했다. 2005년말 현재 아무 일을 하지 않고도 사회보장 혜택을 누릴 수 있는 67세 이상 노르웨이인 가운데 남성의 20%와 여성의 10%가 현직에서 일한다. 노르웨이는 최근 2~3년전부터 유가 상승과 저금리 기조, 내수경기 활황에 힘입어 3%대의 안정 성장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공식 기록으로 2.8%를 달성한 2004년 실질 GDP성장률은 3.9%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을 정도다. 이는 EU국가 가운데 신흥 성장기에 있는 동유럽 국가들을 제외한다면 돋보이는 성장세다. 현지에선 이 같은 추세를 놓고 “금세기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며 자축 분위기다. ◇소시지 얹은 두 조각의 빵=노르웨이의 성장추세를 확인하고 변화상을 살펴보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것은 연말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기 전인 12월초. 당시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한창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노르웨이인들이 아침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고싶어 부지런을 떨었다. 아침 8시. 백야(白夜)시즌이 지나서인지 주변은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진눈깨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음울한 날씨를 탓하며 오슬로의 중심가를 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는데 지하철 안은 물론 역을 드나드는 사람들 가운데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이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동행한 현지 안내인은 “여긴 남녀노소 모두 검소한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며 “그래서 상대적 빈부격차를 못 느낀다”고 설명해준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아케스가타 거리. 노르웨이 사회의 보편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이곳엔 정부청사와 신문사 등이 밀집해 있다. 아케스가타 거리 가운데쯤에 위치한 노동부를 들어서니 복도 한켠으로 얼핏 구내식당이 보인다. 사람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테이블 위에는 소시지를 얹은 빵 두조각이 대부분이다. 안내인은 “이곳 사람들은 단 20분 안에 간단한 점심을 끝내고 바로 오후 업무에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석유기금 195조원=UN은 2001년부터 4년 연속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로 노르웨이를 뽑았다. 휴직ㆍ실직ㆍ병가에 대한 보상과 의료보험ㆍ무상교육 등 사회복지가 완비된 ‘지상의 낙원’이다. 1인당 GDP가 5만달러를 넘는 부국 중의 부국 노르웨이는 하루 3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310만배럴(우리나라 하루 원유 정제량은 230만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대 원유수출국인 이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원유 매장량도 세계 7위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노르웨이가 지상 낙원이라는 평가를 얻어낼 수 있는 배경에는 펑펑 쏟아지는 오일머니(Oil Money)보다는 신교도적인 청빈ㆍ검약의 사회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는 작년말 기준 195조원(노르웨이 1년 GDP의 75%)에 달하는 석유기금을 확보했지만 이를 흥청망청 쓰지 않은 채 알토란같이 비축해 놓고 있다. 당장의 즐거움보다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국가적 컨센서스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석유자원이 있어도 다른 산유국처럼 오일머니를 펑펑 쓰지 않고 검소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국민적 저력이야말로 노르웨이 경제의 견실한 성장의 주요 동력”이라고 진단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이브 그레인저 캘리포니아대 교수 역시 “인구가 겨우 500만명에 불과한 노르웨이가 석유수익을 낭비하지 않고 ‘현명하고 절제있게’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일할 수 있는 것이 기쁨”= 한국의 KBS와 같은 이곳 국영방송인 NRK에는 간판급 아나운서는 크리스틴 욘슨(여ㆍ62)을 포함해 랑힐드 쇼토프트 등 세명의 60대 할머니 아나운서들이 맹활약 중이다. 노르웨이에선 카페테리아나 베이커리점에는 할머니 웨이트리스가 커피나 음식을 날라다 주는 모습은 아주 흔한 풍경의 하나다. 노르웨이경제인연합(NHO)의 테르예 스트롬 국장은 “노르웨이는 전통적으로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 말라’는 신교도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며 “부지런하게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곳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것 자체를 기쁨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신영철 삼성중공업 오슬로 지점장은 이와 관련, “이곳 사람들은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다면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능력과 조건이 허락하면 계속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지런하게 일하며 사는 국민성이야말로 노르웨이를 한차례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 이규진(팀장)·김현수·김홍길·민병권·김상용 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 2006/01/1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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