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영웅전] 이 바둑의 운명
제7보(142~157)
조치훈이 박영훈과의 3번기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후에 한 말이 있다.
“승부란…, 지나고 나면 승부란 운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승부가 반년 전의 일이었다. 조치훈이 한 말을 박영훈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그도 운명이라는 것에 대하여 잠깐이라도 생각했을 것이다. 다 이겼던 바둑을 요술처럼 역전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대선배인 조치훈에게 배웠을 것이다. 승부사는 최후의 일각까지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박영훈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다. 소년 특유의 집중력으로 바둑판 위를 훑고 있었다. 한편 요다는 오래 전부터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리 겸손하게 계산해 봐도 최소한 1집반이나 2집반은 확실히 이기는 바둑이라고. 그의 확신은 정확한 것이었다. 다만 손이 부정확했으니….
백46은 얼른 눈에 들어오는 큰곳이다. 그러나 더 급한 곳에 손을 먼저 썼어야 했다. 참고도의 백1 이하 7이 그것이었다. 흑8까지를 응수시켜 놓았어야 했던 것이다. 실전은 흑51이 승착이 되고 말았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끝내기라면 일본에서 거의 첫손에 꼽히는 요다 노리모토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것이 이 승부의 운명이었던 것일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09-12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