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해버리면 말짱 헛일" 소비유도 묘책이 관건<br>호주 41兆원 지급… 韓·日은 상품권으로 지갑열기 나서<br>"받은 돈은 다 쓰게하자" 할인 행사·사용 범위 한정등 병행<br>日·美선 이미 실패 경험 "재정적자 악화만 초래" 지적도
| 중국 정부가 농민들에게 가전제품 구입 보조금을 주는‘가전하향’ 을 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중국 쓰촨성 화잉시의 한 마을에서 열린 가전제품 특설순회매장에서 주민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제품은 컬러TV, 냉장고, 휴대전화, 세탁기 등이다. 화잉=신화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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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각국 '현금 지급' 경기부양 효과 있을까
"저축해버리면 말짱 헛일" 소비유도 묘책이 관건호주 41兆원 지급… 韓·日은 상품권으로 지갑열기 나서"받은 돈은 다 쓰게하자" 할인 행사·사용 범위 한정등 병행日·美선 이미 실패 경험 "재정적자 악화만 초래" 지적도
유주희 기자 ginger@sed.co.kr
중국 정부가 농민들에게 가전제품 구입 보조금을 주는‘가전하향’ 을 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 중국 쓰촨성 화잉시의 한 마을에서 열린 가전제품 특설순회매장에서 주민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제품은 컬러TV, 냉장고, 휴대전화, 세탁기 등이다. 화잉=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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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정부가 나서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쥐어주며 '소비하라'고 외치고 있다. 일종의 '강제 소비'를 통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해 보겠다는 의지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수년전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면 헬리콥터를 동원해 돈을 뿌릴 수도 있다"는 소위 '헬리콥터 벤(Helicopter Ben)'의 가설이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그만큼 각국의 현재 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저축성향이 높을 경우 이러한 정책은 한계에 부딛힐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급된 돈을 국민들이 실제 소비에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빚 갚는데 쓰거나 저축해 버리면 효과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각국 정부는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국민들이 소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극단적인 안정장치인 '소비 쿠폰'까지 구상해 내며 소비촉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자국민 870만명에게 1인당 최고 900호주달러(약 88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해당자는 자신의 은행계좌를 통해 정부로부터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이는 호주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차 재정지출안의 일환으로, 호주 정부는 현금 지급에 총 420억호주달러(41조원)를 들일 전망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12월에도 104억호주달러(10조억원)의 재정을 털어 연금생활자와 저소득층 등 790만명에게 최고 1,200호주달러(117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지급했었다.
일본도 소비촉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전체 도시의 절반 가량은 중앙정부의 정액급부금 지급에 맞춰 지역 내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다.
단순한 상품권이 아니라, 상품권 구입가격에 10~20%의 프리미엄을 얹어줘 지역민들의 지갑을 열겠다는 발상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상품권 발행 지역의 군소 쇼핑몰들도 보조를 맞춰 대규모 할인행사를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2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을 동원키로 했다. 이르면 5월부터 6개월간 저소득층 50만명에게는 평균 20만원씩 총 5,385억원을, 차상위계층 40만가구에는 공공근로 일자리를 주는 대신 임금은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월 83만원씩 지급키로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당장 생계비가 급한 저소득층에 현금을 쥐어주는 만큼 실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상품권의 경우에도 일단은 재래시장 및 인근 상가에서만 쓸 수 있게 한정해 서민경제에 돈이 돌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상품권을 할인해 현금화하는 속칭 '깡'을 막기 위해 등록된 상인만 거래에 이용된 쿠폰을 현금화하는 등의 제한을 둘 예정이다.
이 같은 정부 현금지급 정책의 관건은 '과연 정부의 현금지급이 실제 소비로 이어질 것이냐'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9년 국민에 지급한 현금 7,000억엔 대부분이 저축통장으로 들어간 사례가 있었다.
미 정부는 지난 2001년에 9,200만 가구에 대해 300~600달러씩의 세금환급이 단행됐으나 이는 큰 효험을 보지 못했다. 미국소매협회(NRF)에 따르면 미 정부는 지난해 초에도 9,200만 가구에 세금환급을 명목으로 현금 1,057억달러를 돌려줬으나, 이중 46%가량만이 실제 소비에 쓰였다.
나머지 54%는 저축을 하거나 빚을 갚는 용도로 사용됐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12월 지급된 현금보너스 중 25%만 소비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 일간지인 해럴드선의 조사에서는 이번 현금보너스를 해외여행에 쓰겠다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정액급부금은 아소 다로 총리의 지지율 만회를 위한 선거용 정책"이며 "어리석고 비효율적인 낭비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요미우리 신문의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87명 중 4분의 3 가량이 '정부의 현금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사히 신문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가 정액급부금 폐지에 찬성했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JP모건 일본지사의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정액급부금 중 4분의 1정도만 실제 소비에 쓰이고 나머지는 은행 통장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잘 해봐야 올 2ㆍ4분기에 부양효과가 조금 나타나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다가 이 같은 현금 지급 정책은 별 소득 없이 재정적자를 악화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현금 지급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호주 금융정보업체인 액세스 이코노믹스의 데이빈 럼벤스는 "지난해 12월 호주정부의 현금보너스 지급이 없었더라면 소매판매 증가율은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8년 만에 최고치인 3.8%였다.
게다가 각국 정부는 현금지급이 '헛수고'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기차하향' 같은 경우 해당자가 자동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된 판매점에서 자동차를 구입한 후 보조금전용통장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보조금을 수령해야 한다.
호주에서는 켐시 상공회의소의 수 고먼 회장을 비롯,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현금 보너스를 받은 분들이 자신들의 지역 내에서 그 돈을 소비했으면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다이이치(第一) 생명연구소의 쿠마노 히데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금을 지급해도 일정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저축으로 돌아간다"며 "결국 저축으로 돌아가는 비율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현금 지급 정책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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