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이 ‘답’할 차례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단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식으로 혼란스럽다. 모두가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지만, 재신임 천명의 이유는 명확히 하나다. 노 대통령은 “개혁을 원하는가,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는가”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와 개혁`을 공약했던 자신을 선택한 만큼 약속을 지켜 일 할 수 있도록 힘을 몰아주고 추인해 달라는 것이다. 사실 노대통령은 사면초가에 처해있다. 정계, 재계, 언론계, 노동계 등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아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각제 개헌`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할 말조차도 잃는다. 또한 행자부장관 해임건의, 감사원장 임명동의에서 보듯이 정계로부터의 합법적인 폭력행위에 무차별적으로 당하고 있다. 그러나 16대 총선결과에 의해 나타난 민의로 불과 8개월전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전체 국민의 뜻을 훼손시키고 재단하기에는 명분이 미약하다. 현 국회의 의석구도는 3년 6개월 이전 민의에 불과할 뿐이다. 노 대통령 측근비리가 줄지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십수년 전부터 인간 노무현을 보좌해 오며 `춥고 배고픈` 생활을 해왔다. 노대통령은 이들이 계속 자신들을 희생시키며 도와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권력의 중심반열에 서있는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했다. 최측근들이 각종 비리와 유혹에 자연스럽게 연루될 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결과 결국 그렇게 됐다. `읍참마속(泣斬馬謖)`해야 한다. 요즘 쓰는 우스개말로 `개나 소나`라는 말이 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나선다”는 뜻이란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에게 집중되었던 모든 정보와 권위를 버리겠다고 천명함으로서 가장 기초적인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그러나 `평검사와의 대화` 이후 각종 이익단체들까지 대통령과의 면담과 토론을 요구하는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권위주의 탈피가 불러올 부작용을 완화시킬 시스템이 가동되기도 전에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는 바람에 정계. 언론계 등 제 세력들이 국민이 선출한 국가원수를 우습게 보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국민들이 국가원수의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 너도 손해보고 나도 손해보고 모두가 손해를 봐야 대한민국이 산다. 모두들 개혁의 당위성을 공감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뒷짐지고 모른 체 한다. 개혁이란 기득권의 상실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노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진정 “개혁을 원하냐”고 되묻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대답할 차례다. <문석호(국회의원ㆍ통합신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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