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게임중독 원인 알아야 해결한다

박용천 한양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게 된 대한민국이지만 최근 게임중독과 관련된 비정한 아버지에 대한 뉴스는 다시 한 번 전국을 놀라게 만들었다. 게임중독과 게임산업은 알코올중독과 주류산업의 관계처럼 게임이나 알코올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외적으로는 중독과 산업이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나타난다. 술에 대한 예찬과 폐해가 있듯이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알코올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게임도 비슷한 정리과정을 거쳐 독립적으로 때로는 연합적으로 대책을 세우게 될 것이다.


중독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접근과 생물학적인 접근이라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 최근 생물학적 연구의 발달로 fMRI를 이용한 게임중독 환자의 뇌 영상이 밝혀졌다. 결론은 게임중독이 된 뇌는 정상인의 뇌와 비교할 때 변형이 일어났고 게임선수의 뇌와 게임중독자의 뇌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게임중독자를 단순히 심리적으로 습관이 돼서 게임에 몰두한다고 생각하면 해결이 어렵다는 증거다. 이미 뇌의 변형이 일어났기 때문에 마음만 굳게 먹는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개인이나 가족만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사회적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이에 대한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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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심리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원인을 알아야 예방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의 심리적인 측면을 볼 때 모든 중독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허전함" 에 주목해야 한다. 일 중독이나 공부중독도 허전함을 일이나 공부로 채운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그것들은 개인적·사회적으로 유익하기 때문에 몸만 상하지 않을 정도면 오히려 장려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시작한 게임에 우리의 뇌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쾌락을 느끼는 뇌 신경이 자극을 받아 계속 쾌락을 추구하게 되고 게임을 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금단현상이 발생한다. 이 상태가 되면 자신의 의지로는 통제가 안 된다. 게임추구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생기면 현실 판단력을 상실하면서까지 방해요인을 제거하려 한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22세 젊은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기능을 제대로 못했고 부모가 될 능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을 것이다. 평소에도 충동 조절력과 현실 판단력이 취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람은 더 쉽게 중독에 빠지게 된다. 만약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인격적으로 성숙했더라면 게임을 어느 정도 하다가 초반에 멈출 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일단 중독이 진행되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결론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이 중독에 빠지지 않는 지름길이자 최선의 예방책이다. 정신과 의사가 알고 있는 비밀 중 하나는 정신적 성숙의 대부분은 이미 0∼6세 사이에 이뤄진다는 것이다. 0∼6세 사이에 느낀 "허전함"은 그 사람의 인생의 뿌리에 영향을 줘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이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중독이라는 꽃의 밑뿌리에 허전함이라는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으면 자녀를 양육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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