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은행 매각 뒷얘기] HSBC행 '예정된 수순'

홍콩샹하이은행(HSBC)으로의 매각은 사실 정해진 수순이었다.제일은행을 미국의 뉴브리지 컨소시엄에 매각한 이후 적극적 인수 의사를 비친 곳이 HSBC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각을 앞두고 몇몇 인수 희망자가 있다는 소식이 들렸음에도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도 HSBC의 인수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부에서도 제일은행 때와 달리 서울은행 매각과 관련해서는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하는 바람에 여론의 관심에서도 벗어났던 상황이다. 서울은행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측에서 매각작업을 전담했던 이석희(李碩熙)이사의 행보도 이때부터 부쩍 빨라졌다. 네덜란드 ABN암로 등 4개 은행의 인수의사 타진 소식도 이때를 전후해 나왔다. 그러나 ABN암로는 매각접촉이 있다는 내용이 국내 언론에 알려지면서 발을 뺐다. 李이사는 아직도 이 일을 아쉬워한다. 이 당시까지가 매각작업의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제일·서울은행의 매각작업은 당초 매각시한이었던 11월15일을 넘기고 연말을 목표로 무르익기 시작했다. 서울은행은 그러나 당초 먼저 매각되리라던 기대와는 달리 제일은행에 밀려났다. HSBC도 제일은행에 보다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부실자산 보전문제와 지분율 등에서 한국측에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뒤늦게 인수경쟁에 뛰어든 뉴브리지-GE캐피털 컨소시엄에 밀려났다. 서울은행의 인수처에 대해 최종 발표때까지 100% 확신을 못했던 것도 사실은 제일은행의 선례 때문. 실제 제일은행 매각이 이루어진 후 서울은행에도 3개 내외의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제의가 들어왔다. 캐나다의 노바스코샤와 손잡은 미국의 펀드업체인 앤카(AN KAR)트러스트 파리국립은행 GE캐피털과 함께 세계적인 여신전문 금융기관인 포드크레디트 등이 인수에 관심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앤카는 유상소각을 요구하지 않는데다 지분도 51%만 인수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면서 「제2의 뉴브리지」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추측이 금융계에 퍼지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앤카 회장이 한국에 다녀갔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李이사도 제일은행이 매각된 이후 『서울은행은 제일은행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 팔릴 것』이라고 강조, HSBC가 아닌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게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그러나 22일 서울은행 매각을 발표하면서 『여타 금융기관으로부터는 적극적인 매수 협의요청이 없었다』며 『최근들어서도 일부기관이 구체적 조건제시 없이 은행 현황에 대한 실사의사를 표명했다』며 HSBC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대안이 없었음을 내비쳤다. 결국 서울은행 매각은 주인을 사실상 정해놓은 상태에서 벌어진 「예고된 게임」이었던 셈이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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