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30일] 군대가는 사장님

"조만간 입대해야 하는데 애써 키워온 회사는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저 저만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도 걱정이고요." 얼마 전 만난 20대 초반의 한 벤처기업 사장은 기자의 손목을 부여잡고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다른 사장들처럼 매출 부진이나 자금 경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뜻하지 않게 병역문제로 애를 태우고 있었다. 대학 2학년 때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창업의 길에 뛰어든 그는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휴학기간이 끝나는 하반기에는 입대해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남들이 다들 가는 군대인 만큼 그냥 다녀오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 쉽겠지만 창업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회사의 성격상 존립근거마저 위태롭다는 게 그와 직원들의 고민이다. 아예 회사를 정리하고 가자니 소중한 노하우도 아깝지만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야 할 일도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잇따라 창업 활성화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청년 사장들의 병역문제가 벤처업계의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록 젊은 사장들이 소수이긴 하더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경제적 손실이 만만찮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듯싶다. 물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정부는 현재 산업기능요원이나 전문연구요원을 선발해 병역특례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공계 석ㆍ박사급의 전문연구요원은 기업체나 연구소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 이들은 물론 정규직원과 별 차이 없이 대접을 받고 있다. 한술 더 떠 여권 일각에선 중동 현장인력 등을 대상으로 아예 병역의무를 면제해주는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용을 창출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젊은 창업자들은 병역특례는커녕 입대유예 혜택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어렵게 회사를 꾸려가다가 궤도에 오르기 전에 입대하다 보니 회사가 그냥 사라져버리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요즘 같은 비상시기라면 한시적으로라도 군입대를 유예해주거나 일정수준의 매출 및 고용이 뒷받침된다면 특례조치를 부여하는 방안도 한 번쯤 검토해볼 만 하다고 본다. 단지 사장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도유망한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면 우리 모두가 입는 사회적 손실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