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유전무죄 vs 유전중죄





지난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과 특별사면을 놓고 여야가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 야당은 "돈 많은 재벌 총수들에게 국민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될 것"이라며 경제사범에 대해 정부가 무관용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여당은 "지금 현실은 유전중죄"라며 기업인에 대한 관용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지난달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재벌 총수의 가석방이나 사면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비리 기업인에 대한 '불관용' 원칙이 바뀌는 듯한 기류가 흐르자 여야가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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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다. 과거 정부가 정치인은 물론 비리 기업인에 대해 사면권을 남발하면서 국민들의 뇌리에 '유전무죄'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도 사실이고 사면권을 신중히 행사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지지하는 여론도 여전히 높다. 반면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기업인들이 과잉 처벌을 받고 있고 사면이나 가석방 등 선처 과정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죄를 지은 기업인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주어지던 관행(?)이 깨진 지 오래고 팔순을 바라보는 그룹 총수가 법정구속당하는 요즘이다. 형기의 3분의1 이상 복역하고 반성할 경우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작용이다. 기업인들이 비리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설령 실형을 받아도 보석으로 이내 풀려나거나 때가 되면 사면을 통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찌 보면 '유전중죄' 논란의 단초를 정부가 놓은 셈이고 수혜를 입은 기업인들도 이 같은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이나 사면 등 재계의 선처 요구를 정부나 정치권이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정 형기를 채워 가석방 조건을 충족하거나 변제 등의 행위를 성실히 수행했을 경우 기업인도 차별 없이 선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국민 통합'이나 '경제 살리기' 등의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하고 피사면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형평성에 어긋나지만 유전중죄도 법치주의에 맞지 않다.

만약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가석방과 사면이 이뤄진다면 기업인들도 이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끊고 사회의 요구에 걸맞은 높은 윤리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자성과 자정 노력을 통해 유전무죄에서 유전중죄로 이어지는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기를 기대한다. 성행경 산업부 차장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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