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정부 가격통제 입증”/한 “품질 달라 8%정도 차이”통상산업부가 포항제철의 핫코일 가격때문에 미국정부에 발목이 잡혀 쩔쩔매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경쟁력 10% 높이기」 추진방안에서 포항제철의 미니밀에서 생산하는 핫코일의 내수가격을 10월말부터 8% 인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미국정부가 이를 트집잡고 나섰기 때문이다.<본지 14일자 2면 기자의 눈 참고>
미국정부는 『이번 발표 내용으로 한국정부가 포철의 철강재 가격을 통제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산 철강재는 지난 92년 6월 덤핑제소되었으며 이후 매년 연례 재심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4일 미국 상무부의 덤핑 예비판정에서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0.1∼1.28%의 극히 낮은 마진율을 내려 거의 덤핑을 하지 않고 있다고 판정했으며 미국정부는 내년 4월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쟁력 10% 높이기」 추진방안의 내용은 마치 한국정부가 포철의 철강재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기 딱 알맞은 모습이었다.
정부투자기관이 공급하는 서비스와 물품의 가격을 최대한 인하토록 하겠다며 그 사례로 포철의 미니밀 생산 핫코일 내수가격을 10월말부터 8%씩 인하하겠다고 발표해 버린 것이다.
미국정부는 자국에 수출되는 상품의 덤핑여부를 조사할때 기본적으로 생산국내 내수가격과 비교하지만 내수가격이 통제가격이라고 여겨질때는 제3국 수출가격 또는 미국정부가 임의로 산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덤핑여부를 판정한다. 덤핑이 아니라고 예비판정까지 무사히 잘 통과한 포철의 철강재 가격이 내수시장에서 통제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경우 제3국 수출가격 또는 미국정부가 정한 임의 가격을 기준으로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통산부는 미국정부가 이를 문제삼자 뒤늦게 포철이 지난 9월23일 이미 발표한 내용을 포함시킨 것에 불과할 뿐이라며 철강재 가격이 통제가격이 아니라고 발뺌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특히 고로에서 생산되는 철강재 가격과 미니밀에서 생산되는 철강재 가격이 품질 차이때문에 국제시장에서도 8%정도 차이가 난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지난 93년 슈퍼301조 관련 협상때 「한국정부가 철강재가격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미국정부에 전달했던 공식서한을 전혀 어기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이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