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3월 20일] 대덕특구에 의료복합단지를

이상천(한국기계연구원장)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던 시기에 흔히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전산업의 기계화라는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수공업적인 생산체제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량생산체제로 접어들면서 제시된 슬로건이었다. 따라서 그때 이미지가 아직 남아 있어 그런지 기계하면 여전히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기계산업은 첨단산업, 특히 의사의 섬세한 손길이 연상되는 의료산업과는 거리가 먼 분야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기계·생명공학등 연구원 밀집
하지만 기계와 의학, 도저히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이 어색한 조합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수많은 연결고리와 이로 인한 많은 기회가 있다. 의사가 늘 들고 다니는 청진기도, 수술실의 첨단 장비도, 환자 상태를 체크하는 검사 장비들도 모두 세련된 형태로 변형된 기계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전부터 공학자들이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의료산업 분야에서도 신약개발 외에 의료기기개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연구성과만 보더라도 해를 보는 시간이 적어 불면증에 걸린 환자를 위한 안경처럼 생긴 광치료기, 청각장애인에게 소리를 찾아주는 나노압전소자를 이용한 인공청각기, 한 방울의 피로 여러 질병을 한번에 검출할 수 있는 혈액분석센서, 상처부위를 나노 크기의 실로 덮어 공기는 통하고 세균은 막아줌으로써 치유를 돕는 나노파이버, 인체장기 복원을 위해 필요한 모양으로 스캐폴드를 만들어주는 바이오 플로터 등 바야흐로 기계와 의학 간 만남이 그 전성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면 이러한 기계와 의학의 통섭(通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첨단의료 연구개발(R&D)이 지원되는 기반 위에서 첨단의료 연구자와 기계공학자 간의 밀접한 협력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기계연구원과 더불어 한국생명공학연구원ㆍ한국화학연구원 등이 집적돼 있는 대덕R&D특구가 이러한 첨단의료산업의 발전을 견인해낼 수 있는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의료기기 연구개발 '최적지'
한국기계연구원도 글로벌 수요를 만족시키는 첨단의료기기의 R&D를 위해 종합병원 의사들과의 워크숍 개최 등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공동과제 도출 및 협력연구를 더욱 확대ㆍ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첨단의료복합단지 중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한국기계연구원이 핵심이 돼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생명기술(BT) 등의 연구 분야와 더불어 융ㆍ복합 연구가 이뤄져야 이른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대덕R&D특구는 이미 이러한 여건을 갖추고 있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위한 맞춤형 입지가 될 수 있다. 기계와 의학의 통섭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머지않아 기계공학자들이 만든 1회용 종이진단칩을 이용, 값싸고 손쉽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며 의사들도 큰 어려움 없이 로봇을 통해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계를 통해 바라본 의학 그 성공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융ㆍ복합 R&D의 중심지인 대덕R&D특구에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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