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월의 거리를 가득 메우며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절규하듯 외쳤던 우리 국민들의 함성위에 홀연히 던져진 그것은 실로 극적인 결단이었다. 그리고 그 용기있는 결단의 주인공이었던 노태우에게는 「민주화의 명예혁명」이자 「노태우이즘의 승리」라는 찬사와 함께 직선제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라는 역사적인 영예가 안겨졌다. 그러나 88년 말부터 1년여에 걸쳐 이어진 5공청문회의 최대 정점을 이뤘던 전두환의 89년 12월31일 국회출석 증언을 앞두고 야당측의 질의서를 통해 낱낱히 제기되기 시작한 의혹들은 과연 그 「용기있는」결단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치명적인 의문을 던져주게 되었다.MBC TV 특별기획「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10일 오후11시30분 그 네번째 시간으로 「6·29의 진실」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간 엇갈리는 증언들 속에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6·29선언을 둘러싼 논쟁을 당시 전·노의 핵심측근들의 증언과 6월항쟁의 주요 고비들에 투영해 봄으로써 「위로부터의 민주화-6·29 선언」과 「아래로부터의 민주화-6월항쟁」의 상호관계를 역사적인 관점으로 정리했다.
87년 당시 전두환 정권의 민정수석 비서관이었던 김용갑 의원과 노태우의 핵심측근 박철언 의원의 불꽃튀는 논쟁와 이종률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등의 증언을 통해 핵심쟁점들을 짚어본다.
또한 6월19일 제임스 릴리 주한 미대사와 전두환 대통령의 은밀한 면담을 통해 전달된 레이건 대통령의 친서가 최초 공개된다. 이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미국의 압력, 그 실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87년 6월 당시 미국의 최고 정치 스캔들이었던 이란 콘트라게이트 사건을 제치고 하루도 빠짐없이 1면 탑기사를 장식한 한국문제는 무엇을 말하는지도 살펴본다.
MBC 특별기획은 이같은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6·29선언을 곧 6월항쟁의 결과물이며 승리의 성과로 바라보았던 기존의 시각에 대해 「6월항쟁의 주체였던 국민들의 진정한 승리였는가」라는 질문을 다시한번 제기한다.
박연우기자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