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운전과 폐로를 두고 63개월째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던 월성1호기를 오는 2022년까지 10년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 계속운전 승인 과정에서 야당 측 추천위원들이 표결에 불참한데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 재가동 시기로 4월 중순께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정치권까지 수명 연장을 반대하는 상황이어서 본격적으로 재가동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서울 세종대로 KT 사옥에서 전날 오전10시부터 이날 새벽1시까지 제35회 전체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 계속운전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원안위는 이날 제적위원 9명이 참석해 찬성 7명, 기권 2명으로 월성 1호기 계속운전 허가를 결정했다. 노후원전의 수명 연장 여부는 원안위 제적위원 9명의 과반인 5명 이상이 찬성하면 승인된다.
설비용량 67만8,000㎾인 중수로(캔두형)원전 월성 1호기는 지난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2년 11월 설계수명 30년이 끝남에 따라 원자로 가동이 2년3개월 동안 중단됐다. 운영기관인 한수원이 2009년 12월 운전기간을 10년 연장하는 계속운전 신청을 했고 원안위는 심사에 허비한 시간 3년을 제외하고 7년 더 계속운전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수원은 45일간 계획예방정비를 거친 후 원안위의 승인을 받아 4월 중순 재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가동 중단 2년5개월 만에 발전 터빈을 돌리는 셈이다.
재가동이 논란 끝에 승인됐지만 '반쪽짜리'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날 표결이 자정을 넘은 오전1시께 치러진데다 끝까지 반대하던 야당 측 추천의 김혜경·김익중 위원이 표결 과정에서 퇴장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환경단체 측은 이번 표결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조성경 위원이 한수원의 용역을 수행한 것과 환경평가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기 때문에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이날 방청객으로 참석했던 정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주시)은 "경주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원전 재가동 승인 여부 표결을 비민주적인 절차로 강행한 것을 지역사회에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며 두 번째 계속운전을 앞둔 고리 1호기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7년 계속운전 신청을 앞둔 고리 1호기는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주민 의견을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민심이 폐로 쪽으로 흐르면서 계속운전 신청은 월성 1호기 이상의 험로가 예상된다.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고리 1호기 폐로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 것도 이런 지역 민심이 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 지역 주민과 고리 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며 설득하고 있다"며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신청 여부는 안전성을 기술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