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석방협상 긴장감 고조

탈레반 "협상 실패" "시한 4시간 연장"<br>내달 5~6일 美-아프간 정상회담이 분수령될듯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해 억류 중인 현지 탈레반의 사령관이 아프간 정부와의 한국인 피랍자 석방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위협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익명의 탈레반 사령관은 30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의 전화통화에서 “협상은 완전히 실패했으며 탈레반은 인질들을 살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피랍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했다. 이번 안보정책조정회의는 14번째다. 피랍사태 전개과정의 중요한 고비로 여겨졌던 백종천 특사의 아프간 대통령 면담에도 불구, 사태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탈레반 측도 “협상 완전 실패”를 선언하는 등 상황이 다시 긴박한 국면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라 대통령 주재 안보정책조정회의 개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천호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에 급파돼 활동 중인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2∼3일 더 현지에 체류하며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을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현지에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이 협상시한을 또다시 연장하는 등 오락가락해 ‘협상결렬’ 선언과 ‘인질처형’ 위협이 한국과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가즈니(州)주 당국은 탈레반 측이 이날 오후4시30분으로 제시한 협상시한 직전 탈레반 측에 시한을 이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탈레반 측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 시한이 지난 뒤 곧바로 이날 오후8시30분으로 4시간 시한을 다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간 한국인 피랍자 석방협상은 당분간 양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오는 8월5~6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르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간 정상회담이 협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피랍자 22명 가운데 16명의 여성을 우선 석방하는 방안이 한국과 아프간 정부, 석방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아프간 지방 원로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성인질 석방→추가 석방교섭→남성인질 석방’ 등 2~3단계의 수순을 밟아 피랍자 석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일원인 마무드 가일라니는 이날 “(협상의) 첫째 의제는 여성 인질을 풀어주는 것인데 이는 이슬람 율법이나 아프간 문화에서는 여성을 다치게 하거나 인질ㆍ죄수로 잡아둘 수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1단계로 즉각적인 여성 인질의 석방을 요구하며 그렇게 된다면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전날 노 대통령 특사로 아프간 현지에 파견된 백종천 실장을 만나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여성이 납치된 것은 이슬람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탈레반 측은 지난 28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인질과 탈레반 동료 수감자들을 2~3차례에 걸쳐 맞교환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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