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지언(Keynesian)으로 불리는 정운찬 국무총리의 소신이 경제정책 변화로 나타날까.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 정 총리의 경제관은 일단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서민 정책에 코드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세, 금산분리, 대기업 지배구조 등 케인지언으로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정 총리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 총리는 청문회에서 특유의 '모순화법'으로 헷갈리게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기본 틀인 감세정책에 반대색깔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는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유예에 긍정적이다. 그는 "감세는 경기부양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유예에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강만수 경제특보에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현 경제라인이 한치의 물러남도 없이 버티고 있는 감세에 신임 총리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셈이다. MB 2기 경제팀이 추진한 금산분리 완화에도 정 총리는 비판적이다. 기본적으로 문어발식 재벌정책을 맹렬히 비난하는데다 재벌의 은행 소유에 대해 정 총리는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뒤집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대기업 정책에 대한 정 총리의 기본 입장은 분명 규제 강화인 셈이다. 정 총리발 대기업 쓴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현 경제팀과 생각이 다르다. 정 총리는 현 경제팀보다 재정건전성에 좀 더 중점을 둔다. 내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향후 재정집행에서 세출 구조조정이 좀 더 강력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버블억제에 대해 정 총리는 현 경제팀에 계속 쓴소리를 보내왔다.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강조하는 정 총리의 경제관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리는 서울대 교수 시절 인터뷰 때마다 금융ㆍ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지난 4월 강연에서 "기업과 달리 은행은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해왔다"며 "편법 자산확장으로 부실이 생기고 있는 금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