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유로화의 굴욕?

"한때 달러대체 꿈꿨는데 이젠 강세통화 지위도 위태"<br>한은 "유로존 붕괴 가능성 크지않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유로화가 강세 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한때 달러의 대안으로서 기축통화 위치까지 노렸던 유로화는 이제 유로존이 깨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굴욕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은 '유로화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 체제가 붕괴하거나 유로화가 소멸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전과 같은 강세 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화는 최근 다소 반등했지만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토마스 마이어 독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는 곧 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달러와 환율이 1대1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경팔 외환선물 팀장도 "이번 대책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재정을 풀어 채권을 사겠다는 것인데 결국 시장에 유로화가 많이 풀릴수록 유로화는 약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로화는 지난해 말에만 해도 유로당 1.5달러선를 넘어서며 대안통화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듯했으나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한계를 드러내며 급속히 가치를 잃고 최근 1.26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중장기적으로도 유로화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단일통화체제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럽통화기금(EMF) 설립, 재정규율 위반국에 대한 엄격한 제재, 회원국의 채무 재조정 제도, 통합 감독기구 설립 등이 필요하다. 한은은 "이 같은 보완책은 각국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어 실제 제도화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또 유럽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역내 불균형 해소도 쉽지 않은 과제다. 유럽은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불균형에 버금갈 정도로 유럽 내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독일과 같은 무역수지 흑자국이 내수부양을 위해 임금인상과 소비촉진을 유도해야 하고 그리스와 같은 적자국은 복지혜택을 축소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대외 경쟁력을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유로존의 붕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아 보인다.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이 유로화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제권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이머징시장으로 양분되는 상황에서 유럽 국가가 집단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2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유로화가 구제금융지원과 제도 개선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경우 어느 정도 안정될 수는 있지만 과거와 같은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중국 위안화가 국제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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