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여전히 억류돼 있는 한국인 인질 19명의 석방협상은 어떻게 전개될까.”
지난 13일 김경자ㆍ김지나씨 등 여성인질 2명의 우선 석방이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간 대면협상의 결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진행될 협상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둘러싸고 한달 가까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던 협상의 분위기가 10일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간 첫 대면 접촉 이후 급반전됐다.
이에 따라 남은 인질석방 협상의 성패는 우리 정부가 어떤 협상카드를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탈레반 측이 일관되게 고집하고 있는 ‘인질-수감포로 맞교환’ 요구에 대해 우리 정부 측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간 협상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 측 협상단 대표 중 한명인 물라 나스룰라는 14일 “탈레반과 한국 정부 대표단과의 대화는 직접대면 방식이든 전화로든 이뤄지게 될 공산이 크다”면서 “가즈니주에 있는 한국 정부 대표단과 12, 13일 아무런 협상이 없었지만 수일 후 직접 대화가 계속될 것 같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간 협상이 재개되면 탈레반 측은 동료 수감자 석방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에 아프간 정부를 설득해달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이 성사된 직후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명의 여성 인질을 선의의 표시로 조건 없이 석방했다”며 “우리가 할 일을 했으므로 이제 답례로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이 동료 수감자 석방을 고집할 경우 우리 정부의 대응카드는 무엇일까. 우리 측은 ‘맞교환’ 요구가 제기된 후 탈레반 측에 그 요구가 우리 정부의 권한 밖 사항이라는 점을 강변했지만 탈레반은 기존 요구조건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수감자 석방의 열쇠를 쥔 아프간 정부에 ‘협조’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첫 대면협상 이후 탈레반 대표단은 “아프간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협상에서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제시했고 수감자 석방이 이뤄질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한 뒤 “한국 정부가 수감자를 석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표단의 이 같은 언급으로 미뤄 탈레반이 대면협상 과정에서 뭔가 우리 측의 역할을 발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관측이 맞다면 우리 정부가 아프간에 병원 등 의료시설을 지어주거나 재건사업을 돕겠다는 제안을 조건으로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 ‘포로’의 석방을 설득할 수 있다.
아프간 정부로서도 “탈레반 죄수의 석방은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형기가 얼마 남지 않은 수감자를 사면형식으로 내주거나 아픈 수감자를 병보석으로 풀어주는 일, 탈레반에 협조한 경범 여성을 석방하는 것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