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 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글로벌 자금들이 다시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대만 등 동아시아국가의 경우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역시 이틀새 외국인이 1조원어치나 순매수를 펼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도 1.000조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현대증권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에서 지난달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이달들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섰다. 글로벌자금은 지난달 한국에서 5억달러 순매도를 보였으나 이달들어서는 지난 10일까지 10억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대만 증시 역시 같은 기간 14억달러 순매도에서 1억9,000만달러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 밖에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각국에서도 최근 다시 매수세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인도에서 외국인들은 15주 연속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권으로 다시 집중되면서 관련국의 증시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6.28포인트(0.90%) 오른 1,818.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전날 5,748억원어치 순매수한데 이어 또다시 4,381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는 등 이틀새 1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이면서 장을 이끌었다. 이로써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1,006조원에 달하면서 34개월만에 1,000조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1월 7일(1,019조) 이후 최고치다.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이날 일본 닛케이지수도 0.89% 올랐고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도 1% 가까이 치솟았다. 대만과 홍콩증시도 2% 넘게 급등했고 인도와 태국 역시 1%가 넘게 상승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껑충 뛰어 올랐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더블딥 우려가 물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유동성들이 빠르게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며 “특히 유럽과 미국의 경기가 주춤거리는 대신 아시아권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어 신흥증시의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글로벌자금들은 올들어 한국∙대만∙ 인도∙태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주요 이머징마켓의 외국인 누적 순매수 금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가 134억달러로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가장 많았고 한국이 80만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인도네시아(17억달러), 대만(9억달러), 태국(5억달러), 베트남(3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한 달간 흐름을 보면 한국관련 이머징마켓펀드에 39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된 반면 선진국 투자펀드에는 반대로 3억7,0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 글로벌자금들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시장에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 재정위기와 더블딥 우려가 다소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 반면 동아시아 등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지표는 크게 호전되고 있어 신흥시장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경우 경기선행지수가 이르면 이달이나 다음 달중에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 유입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이달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이 142억달러를 기록해 월별 동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입액 역시 1,193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고 대만의 8월 정보기술(IT) 수출액도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입 경기가 동반 호조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자금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아시아권의 경기가 눈에 띄는 호조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금들이 아시아로 몰려오고 있다"며 "최근 아시아 증시의 상승세는 이같은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상승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