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대선은 可否투표가 아니다

‘선택 2007’이라는 제17대 대선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7일 이후 22일간의 선거운동은 18일 자정으로 종료된다. 각 정당의 대선주자를 뽑기 위한 경선 등 당내 경쟁 과정까지 포함할 경우 정치권이 1년 이상 매달려왔던 초대형 이슈가 마감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과거 대선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지난 수 차례의 대선 때마다 우리 사회를 지역적으로, 동서로, 계층적으로, 상하로 분열시켰던 지역ㆍ이념ㆍ세대 간 대립구조는 확실히 퇴조했다. 여기다 개정 공직선거법으로 합동연설회가 폐지되고 지역유세와 선거 관련 홍보물도 엄격히 제한되면서 ‘선거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리 차분해졌다. 유권자들의 성숙해진 정치의식과 제도 개혁의 결과물로 이번 대선은 확실히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선거 분위기가 차분해지면서 생긴 공백을 알찬 내용으로 채워야 하는 정치권의 구태는 또 다른 부작용도 낳고 있다. ‘삼류 수준’의 우리 정치는 정치 개혁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이번 대선을 네거티브 공방만 난무하고 정책경쟁은 어느덧 실종된 행태로 왜곡시켰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번 대선은 여러 후보 중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가부(可否)’만을 묻는 찬반투표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잇다. 이른바 ‘BBK 의혹’은 모든 이슈들을 집어삼키면서 선거 막판까지 주요 공방의 핵심 소재가 되고 있다. 사법기관인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막판 역전을 노리는 대통합신당 측은 대선을 불과 3일 앞둔 일요일에도 BBK와 관련된 ‘새로운 자료’라는 것을 공개하면서 애면글면 매달리고 있다. 한나라당도 여권을 향해 ‘더 이상 한방의 추억은 없다’며 전면적인 응전에 나서고 있다. 그 사이 대선의 본질인 정책경쟁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졌다. 대부분 후보들이 ‘경제 살리기’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권자들은 이들의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들여다볼 겨를이 없다. 이슈를 만들고 공방을 주도하는 정치권이 오로지 네거티브, 그것도 특정 후보에 대한 자격성 시비만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권도 없는 코흘리개 애들조차 ‘BBK가 뭐예요’ 하고 묻는 역설적인 코미디가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우리 정치 수준이 그렇다면 이를 바꾸는 것도 유권자인 국민들의 몫이다.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좀더 들여다보고 미래를 위해 확실한 선택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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