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른 신행정수도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행정구역 개편론이 새롭게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국토균형 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전제 아래 전국 단위로 더불어 살게끔 전국의 행정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 폭 넓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8일 전국 16개 시ㆍ도지사를 청와대로 초청, 간담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여론 수렴에 들어갔다.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먼저 제기된 행정구역 개편론은 현행 16개 시ㆍ도와 235개 시ㆍ군ㆍ구를 통합해 인구 80만~100만명 정도의 광역자치시 50개 내외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다 인사ㆍ재정ㆍ조세ㆍ경찰ㆍ교육ㆍ사법권 등 중앙정부 권한을 광역자치단체로 대폭 이양해 전국단위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실현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25일 홈페이지에 이 같은 대안을 제시했으며 여야 의원들도 대체로 검토해 볼만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정치개혁특위 권오을 위원장도 지난 6월 박근혜 대표에게 “현행 3단계 행정구역을 2단계로 축소 개편하도록 추진해야 한다”면서 “특히 600년을 이어온 도(道)라는 광역행정구역에 대한 재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엇갈리고 있다.
충청권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여당의 의원들은 일반론적인 차원에서 행정구역 개편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영근 의원은 “행정타운 등 지역균형발전 방안과 동시에 행정구역 개편을 병행한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행정구역 개편 논의의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행정수도를 이전하지 않고 단순히 행정구역만 개편한다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을 전제로 도(道)를 없애고 행정단계를 한 단계 축소하는 행정구역 개편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충청권 출신인 김종률 의원은 “행정구역 개편론은 제도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고 충청권 민심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행정특별시 건설’이나 ‘행정타운’, ‘과학행정도시’ 등의 대안도 정치권에서 폭 넓게 논의되면서 의견 수렴절차를 밟고 있다. 청와대가 일단 ‘헌법의 틀 내에서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최종안도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편이다.
노 대통령도 이 같은 여권의 의견과 당정협의 등을 거쳐 이른 시일안에 정책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헌재 결정이 국가균형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지방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시도지사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며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방분권을 보다 확실히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