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특별인터뷰] 김상하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대담=이종승 부국장겸 산업부장김상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올해 화두는 「고통분담」이다. 구체적으로는 실업해소를 통해 국민고통을 줄이는데 대한상의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지난 한해동안 1,749명의 창업훈련을 실시해 이중 91.6%인 1,603명을 취업시켰다. 실업자는 물론 사업주로부터의 교육의뢰까지 늘어나 올해에는 훈련과정을 대폭 증설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실업대책을 강화해 대한상의를 국민 고통 분담의 장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것이 金회장의 올해 역점사업이다. 그렇지만 올 경기전망에 대한 김회장의 대답은 그리 밝지 못하다. 재계 구조조정이 갖가지 난제들로 인해 불협화음을 내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간 빅딜이 하루 빨리 성사되고 이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체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그 진행은 철저한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金회장의 지론이다. 金회장은 창조적인 마인드로 재무장한 새 기업가, 신기술, 신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기업풍토 안에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조성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불황으로 기업들이 유례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올해 경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경제 각 부문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고 최근 들어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노력과 금융시장 안정으로 산업생산이 다소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징조이지요. 물론 국내외적으로 불안요인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재정지출 조기집행,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증대가 내수회복으로 이어진다면 성장이 1~2%대를 보이면서 기업투자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대망의 21세기를 앞두고 국내 경제계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한 국가나 기업만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21세기를 앞둔 이 시점에서 경제주체 모두가 경제기반을 새롭게 다지고 체질을 강화하는데 최대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연하고 창조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새 기업가, 신기술, 신지식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을 키워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과 행동의 대전환이 뒤따라야 합니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경제계의 최대 이슈는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체질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우리 기업들이 강한 체질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수익을 중시하는 질적 경영으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 신장률은 마이너스 40%로 외국계 상장사의 23%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열악한 수준입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면 국내외 어느 곳에서도 버텨내기 어려운 기업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핵심부문에 경영역량을 집중하고 효율적인 투자와 경영합리화를 통해 기업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구조조정작업이 끝나면 당장 부딪히는 것은 세계를 향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략산업 육성이 시급한 실정인데 종합적인 견지에서 보신 경쟁력 강화방안은 무엇인지요. 산업기반을 재정비하면서 세계 다국적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를 늘려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아울러 인력·자금 등 생산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모든 분야에 시장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기반 산업의 형성을 촉진하고, 유망한 사업기회에 자금이 원활히 공급되게 하기 위해서는 고수익·고위험의 자금공급시장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민간의 창의력과 미래성공에 대한 열망을 바탕으로 한 창업의욕이 급속히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MF관리체제 이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기업들의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국 회원사들이 말하는 애로요인과 해결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지난 한 해동안 모든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격었지만 지방기업들의 애로는 대단히 컸습니다. 지난해 한 해동안 서울보다 서너배나 높게 나타난 지방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지방 중소기업은 지방금융시스템이 고질적으로 취약한데다 일부 지방은행의 퇴출로 더욱 자금사정이 어렵습니다. 정부에서도 기존대출 일괄연장 등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도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방의 산업기반을 확충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자금의 공급이 원활해져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 해소를 위한 재정교부금율 인상과 함께 지역신용조합이나 지방기업 전담금융 기능강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는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국내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조속히 육성해 나가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중소기업육성과 관련 평소 갖고 계시던 견해는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경쟁력 있고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많이 배양되는 토양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력과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금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기업의 장래와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가들이 많이 생겨 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창업예비자를 지원하는 기업 인큐베이터를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등에 설치해서 창업의 싹을 틔우고, 이를 키워나가는 지원체제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갓 태어난 중소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투자자의 참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금융시스템이 마련되어 유망한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좌절되는 경우가 없어야 합니다.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벤쳐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이를 위해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벤처기업 육성은 과거와 같이 정부의 직접 지원단게에서 개개인이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도록 주변여건을 조성하고, 기술·금융·인력부문 등에서 인프라를 만들어 가는데 정부가 주력하는 단계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특히 벤처기업은 성공률이 상당히 낮은 반면 성공한 경우 수익률이높은 것이 특징인데, 위험도를 낮추어서 벤처산업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변화의 시대에 대한상의의 역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한상의의 내년 역점사업을 말씀해 주시지요. 저희 상공회의소는 올해를 경제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원년으로 삼아 두가지 사업에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첫째는 정부의 제 2건국운동과 관련하여 「강한 기업 강한 국가운동」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지식경영 기법의 보급, 경제전반에 걸친 비효율성 제거, 21세기 뉴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기업문화 창조 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되겠습니다. 두번 는 고부가가치형 산업으로의 구조전환을 위한 투자시장 활성화 그리고 벤처기업과 개인투자자를 연결하는 엔젤그룹 확산 등을 통하여 창업활동을 촉진시키고,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회생운동, 즉 턴어라운드(TURNAROUND)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신년을 맞아 개인적으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대한상의 회장직을 10년 넘게 맡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동안 책 한권 변변히 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업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틈나는대로 전문서적을 읽고싶군요. 또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만나지못했던 친구들과 친지들과도 좀더 자주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나누고 싶습니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그간 산업현장에서 보고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회고록도 준비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정리=이강봉·사진=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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