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1월 18일] 형평성 함정에 빠진 규제완화책

얼마 전 중국 허베이성(河北省) 바오딩시(保定市)를 다녀온 한 지인을 만났다. 그는 바오딩시가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의 서남쪽에 있어 승용차로 2시간30분가량 걸리고 1,1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매우 낙후돼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성(省) 정부 차원에서 사회간접시설이나 산업기반ㆍ공장들을 잇따라 건설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오딩시가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과 인접해 있지만 수도권 규제를 받지 않아 자유로운 도시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우리와 같은 수도권 규제 정책이 없다고 한다. 중앙정부ㆍ지방정부ㆍ공기업의 집중적인 투자 등으로 하나의 경제특구 개발이 끝나면 또 다른 특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경제특구를 개발하고 있다. 상하이ㆍ칭다오ㆍ톈진ㆍ다롄 등의 단계적인 개발과 국가의 집중적인 투자ㆍ지원으로 경제특구가 해안에서 서부로 이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전국의 6개 경제자유구역을 같은 평면에 두고 똑같이 대우하겠다는 이른바 '형평의 논리'에 빠져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경우 공항과 항만을 갖춘 동북아의 거점으로 세계적인 관광ㆍ위락 시장이 될 수 있는 천혜의 입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방과 서민을 포기한 채 수도권 특권층만의 요구를 수용한 처사'라든지 '지방을 죽여 수도권을 살리려는 정책'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부도 정치권의 눈치만 보면서 나눠먹기식ㆍ배급식 정책만이 지방을 살리고 나라의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생산ㆍ재무ㆍ마케팅ㆍ노동력ㆍ물류 등의 요소를 결합해 지구상 최적의 장소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불필요한 규제로 기업이 해외로 떠나고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다 사라질 확률도 그만큼 더 높아졌다. 글로벌 경영이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푸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거점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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