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수리차량도 유통‥법적장치 시급봄철을 맞아 중고자동차 매매가 늘어나면서 주행기록을 조작하거나 연식을 속인 불량 차량들이 대거 매매시장에 유입돼 구매자가 골탕을 먹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고전과가 있는 차량까지 거래돼 운전자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모(37ㆍ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씨는 이달 초 한 중고자동차 매매상사의 '품질 절대보장'이란 말을 철석같이 믿고 카렌스 밴 중고차를 1,300만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며칠간 타고보니 사정은 달랐다. 운전중 엔진이 자주 꺼지는데다 클러치도 말을 잘 듣지 않는 등 고장이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점검 결과 대형사고 수리차량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외형이 멀쩡해 사고난 차량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무리 중고차라고 하지만 운전자의 안전까지 무시하고 팔기에만 급급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4일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수십명의 브러커들이 고객붙잡기에 여념이 없다. 공동판매제인 까닭에 '먼저잡는 사람이 임자'인 셈이다.
65개매매상사가 들어서 있는 이곳은 봄을 맞아 쏟아져 나오는 물량이 겨울철보다 20%이상 늘었다. 새 주인을 기다리는 차량만 2,000대에 이르고 하루 평균 150여대정도가 팔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손님을 이끄는 브로커는 가격맞추기에만 신경쓸 뿐 차량의 품질이나 안전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다.
판매브러커 강모(52)씨는 "중고차에 품질이 어디 있냐"며 "사실상 팔고 나면 그만 "이라고 털어놓았다.
국내 중고차시장은 지난해 매매댓수가 170만대를 넘어서 처음으로 신차판매량을 앞지르는 등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이 신차보다는 중고차 쪽으로 눈을 돌리는 실정인 까닭에 피해사례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와 관련해 접수된 피해건수만 총 194건으로 99년의 111건보다 75%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사고전과차량, 연식ㆍ주행기록조작 등 하자차량 판매가 61%로 가장 많았고 공과금 정산이나 명의이전을 하지 않는 차량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중고차매매에 있어서 품질보증에 대한 법적규제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중고자동차 매매조합연합의 한 관계자는 "중고차의 대부분이 품질에 대한 보증없이 매매되는데다 설상 보증을 한다해도 제도적으로 서면이 아닌 구두로도 가능하다"며 "품질을 서면으로 보증하는 관련 법규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