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학법'만 있고 민생은 없는 국회

임시국회가 오늘로 끝나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이라는 암초에 걸려 파행을 거듭하며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택법, 사법개혁법, 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극적인 타협을 한다고 해도 법안을 진지하게 심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졸속통과가 예상된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거나 졸속 통과되면 고통을 당하는 것은 국민이다. 기초노령연금법ㆍ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말할 것도 없고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선을 기대했던 기업들은 올해 사업계획 추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법안처리가 무산되면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는 4월1일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이 이뤄지게 돼 있어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는 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요즘 국회의 모습은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여당이 없어지고 제1당과 2당이 뒤바뀐 터라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 원내대표간에 합의한 사항도 당에 돌아가서는 딴 소리를 하고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한나라당이 찬성하면 옛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발목을 잡는 식이다. 제1당과 2당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정부는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눈치만 보는 등 정말 요지경속이다.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열린우리당은 옛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무책임한 당쟁은 국민의 정치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아무리 대선을 앞두고 있다지만 책임은 지지 않고 목소리만 높이는 자세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사학법 개정은 원내대표간에 합의한 대로 처리하고 나머지 법안은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심도 있게 심의 처리해야 한다. 이자제한법이나 주택법은 현실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법이 잘못되면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민생법안은 제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대로 된 법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제1당인 한나라당과 2당인 열린우리당은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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