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착한 젊은이가 사실은 더 많은 것 같아..”
8일 오후 4시50분께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술에 취해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승강장 아래 선로로 떨어졌지만 이를 목격한 회사원 박모(32)씨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문영주(71) 할아버지.
문 할아버지는 9일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못된 짓을 하지 않아서 그 와중에착한 젊은이의 도움을 받고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량이 소주 1병이라는 문 할아버지는 8일 낮 12시께 중구 을지로 3가에서 친구들과 만나 소주를 1병 반쯤 마셨다.
“술집에서 계산을 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엔 기억이 안나. 오후 2시께 친구들과 헤어졌는데 내가 왜 오후 4시50분에 충무로역에 가 있었는지도...”
지하철 2호선으로 건대입구역까지 가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집까지 갈 생각이었다는 문 할아버지는 자신이 오후 4시50분께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에서 헤매고 있었다는 소리를 나중에 듣고 아찔했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들은 죽는 것과 사는 것이 너무 아슬아슬하다고 그래. 3~4분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데...그 젊은이가 대단히 고마운데 내 전화도 받지 않아서 고맙다는얘기를 아직 못했어”
문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실려가서야 정신이 들었고 연락을 받고 나온 가족들이박씨를 애타게 찾았지만 아직 연락이 닿지 않아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막내 아들이 오늘 그 젊은이를 꼭 찾아보겠다고 했는데 어찌되려나 모르겠어.
우리 막내 아들이 37살인데 그 젊은이는 더 어리고 아직 장가도 안 갔다던데...” 문 할아버지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래도 세상엔 착한 젊은이가 더 많은 것 같다”며 “내 몸무게가 83㎏이나 되는데 그 젊은이참 힘도 센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