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자산운용이 23일 LG전자[066570]와 ㈜LG[003550]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2년6개월만에 국내 증시에서 떠났다.
소버린이 한국 증시에 투입한 1천770억원대 자금은 그 사이 9천240억원대로 불어났다.
저평가 기업을 골라낸 투자 실력과 더불어 스스로 주도했던 인수.합병(M&A) 재료 가치 부각이 소버린의 엄청난 차익에 한몫했다.
소버린이 국내 증시에 등장한 것은 2003년 3∼4월 SK㈜[003600] 주식 1천902만8천주(지분율 14.8%)를 사들이면서부터다.
이때 주당 평균매입가격은 1만원 이하로 소버린은 이 주식을 취득하는데 모두 1천770억원을 들였다.
이후 SK㈜ 주가는 국제유가 급등에 이익이 확대되면서 상승 추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소버린의 SK에 대한 집요한 경영권 행사 노력과 이에 대한 SK 기존 경영진측의 방어가 빚어낸 적대적 M&A 가능성 '재료'가 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소버린은 지분 매입 직후 최태원 회장의 이사회 사퇴 요구를 시작으로 지난 5월법원이 임시주총 소집 허가신청을 기각하기까지 SK㈜ 에 대한 경영권 행사 시도를멈추지 않았다.
결국 소버린은 법원 공방이 마무리된 지 1개월만인 지난 6월 SK㈜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고 지난달 SK㈜ 주식 전량을 주당 4만9천원씩 9천325억원에 처분함으로써 SK에서 손을 뗐다.
SK㈜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받은 배당금 480억원을 합쳐 8천40억원의 차익을 올렸다.
앞서 소버린은 올초 LG전자 주식 1천6만660주(지분율 7.2%)와 ㈜LG 주식 1천207만9천200주(지분율 7.0%)를 모두 9천749억원에 취득함으로써 '제2의 SK' 재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소버린은 502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 주식을 9천247억원에 처분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철수했다.
LG전자와 ㈜LG도 마찬가지로 취득할 때는 '경영참가' 목적으로 보고했다가 돌연'단순투자'로 목적을 바꾼 뒤 20여일만에 단행된 매각이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M&A 가능성을 바탕으로 상승하지만 실제 M&A,특히 적대적 M&A의 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앞으로 대형 M&A 매물이 즐비해 있는 만큼 무분별한 M&A 재료가치 추종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